[Issue+] FTA 완전개방, 지속가능한 낙농산업을 위한 방안은

생산비 절감, 프리미엄 우유 시장 확대…소비촉진 위한 자구노력 더해져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관세 폐지가 순차적으로 이뤄지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산 유제품의 완전 개방이 목전으로 다가왔다.

FTA 발효로 인해 수입 유제품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유제품 총수입량은 2019년 95만8400톤에서 2022년 153만4900톤으로 대폭 늘었다. 특히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하 농경연)의 ‘2025 농업전망’에 의하면 지난해 멸균유 수입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전년 대비 수입량이 30.2% 증가했다. 이는 수입 유제품이 국내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 같은 영향 속 국내 낙농산업의 현주소를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봤다.

# 흰우유 소비량 급락, 자급률 향상 필요해

국내 유제품 시장이 개방되면서 수입 유제품의 국내 공급량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유제품(밀크와 크림)의 수입량은 FTA 체결 전인 2010년 7584톤이었지만 2022년에는 6만4344톤으로 약 8배 증가했다.

2011년 EU와의 FTA, 2012년 미국과 FTA 체결 이후 미국산 유제품(밀크와 크림)에 적용되는 관세는 점진적으로 낮아졌으며 올해 관세는 4.8%로 불과 3년 전인 2022년의 9.6%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2022년 6월 11.2%였던 EU산 유제품(밀크와 크림)의 관세율 또한 올해 2.2%로 낮아졌으며 내년부터 0%에 도달, 완전 개방된다. 여기에 낙농 선진국인 호주와 뉴질랜드 유제품의 무관세화 시점도 각각 2033년과 2034년으로 예정돼 있다.

농경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원유 소비량은 전년 대비 3.6% 감소한 415만3000톤으로 추정되며 1인당 원유 소비가능량 또한 전년 대비 3.7% 감소한 80.8kg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산 원유의 음용유용 사용량은 전년과 평년 대비 각각 2.4%, 5.4% 감소한 164만8000톤으로 예상됐다.

낙농진흥회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2013년 27.7kg에서 2020년 26.3kg, 2023년 25.9kg으로 하락했다. 이처럼 국내 낙농산업은 유제품 수입량 증가에 따른 자급률 하락으로 실제 흰우유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갈수록 증가하는 생산비로 인해 낙농가들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점차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충남의 한 낙농가는 “FTA 체결로 인해 수입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없어지면 국산 유제품이 수입산과 가격 경쟁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크다”며 “국내 원유 소비 시장이 확대되고 소비량이 증가해야 낙농가들의 원유 재생산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전했다.

낙농정책연구소의 ‘FTA가 낙농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 분석’에 따르면 FTA 관세철폐로 인한 낙농가의 연간 소득 감소액은 664억 원에서 최대 224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생산비 절감, 프리미엄 우유 생산 등으로 경쟁력 강화해야

당장 다가오는 관세 제로화를 대비하기 위해 낙농 현장에서는 생산비 절감과 함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상출 한국종축개량협회 유우개량부장은 “국산 우유의 차별화와 함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젖소 개량을 바탕으로 생산비 절감, 생산성 향상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2021년 기준 젖소 혈통 등록우의 유량은 1만412kg으로 미등록우 평균인 8824kg보다 18% 더 높았으며 이를 통한 추가 유대수입은 연간 173만7000원”이라고 밝혔다.

국내 유업체들의 경우 국산 우유 소비 확대를 위해 프리미엄 우유 개발 등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우유 시장은 현재 저가의 수입우유, 특화된 고가의 프리미엄 우유 등으로 세분화가 시작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유업체들도 A2 우유 등 부가가치 제고를 통한 프리미엄 우유시장 개척으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A2 우유, 저지 우유, 저탄소 인증 우유 등 프리미엄 우유 시장으로 쏠리면서 이와 관련한 제품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 한 A2 원유 생산 낙농가는 “A2 정액을 사용해 개량을 진행, 현재 서울우유에서 A2 원유 생산으로 리터당 150원의 추가 유대를 받고 있다”며 “같은 유량을 생산함에도 불구하고 부가가치 창출로 유대가 증가해 농가입장에서는 경쟁력 강화에 매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지자체 투자, 국산우유사용 인증…자구노력 펼쳐져

이러한 가운데 지자체, 관련 단체들도 국내 낙농산업의 기반 강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젖소 사육마릿수 1위 지역인 경기도는 올해 낙농·육우산업 육성을 위해 22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2025년도 낙농·육우산업 경쟁력 강화 사업’ 예산은 지난해보다 약 18억 원 늘어난 107억 원으로 경기도는 낙농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이승호, 이하 우유자조금)는 국산 우유의 소비 촉진과 수입 멸균유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국산우유사용 인증’을 시행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유자조금은 수입 멸균유의 지속적인 증가세에 따라 수입 멸균유의 대부분이 기업 간 전자상거래(B2B)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B2B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카페와 협업하는 인증점 사업을 추진해 지난해 총 103개의 카페를 선정했다.

우유자조금은 올해 국산우유사용 인증점 운영·홍보 예산을 지난해 2억5000만 원 대비 1억5000만 원 증가한 4억 원으로 책정하고 카페를 운영하는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국산우유사용 인증점을 2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유자조금 관계자는 “국산우유사용 인증점 확대 운영을 통해 국산 우유의 고정적인 수요처 확보와 시장 점유율 제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FTA가 눈앞으로 다가온 만큼 소비자들에게 국산 우유에 대한 인식 제고와 소비 촉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 [미니 인터뷰] 윤형윤 낙농진흥회 상무

용도별 차등가격제 통해 농가 원유 재생산 기반 만들어야

“국내 흰우유 소비량은 조금씩 감소하고 있지만 1인당 치즈소비량은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상황을 고려해 우리나라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시행하고 있죠. 관세 제로화를 앞둔 지금이 낙농산업에 있어서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윤형윤 낙농진흥회 상무는 자급률 하락, 수입 유제품 증가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꼽았다.

윤 상무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음용유용과 가공유용의 원유가격을 다르게 적용해 국내 유제품의 국내외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농가에게 원유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가격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음용유용과 가공유용 두 가지로 분류된 용도를 더 세분화해 올해부터 제과제빵용, 농축유용, 치즈용, 분유·아이스크림용 등으로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윤 상무는 “원유의 용도 세분화가 이뤄지면 유제품뿐만 아니라 수입 원유가 많이 사용되는 제과·제빵 분야에서도 국산 원유를 사용할 수 있다”며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바탕으로 농가의 원유 재생산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가 수입 유제품과 가격 경쟁을 할 수 있어야 소비가 확대되고 결과적으로 국내 낙농가의 원유 재생산 기반이 유지될 수 있다”며 “2023년은 생산자와 수요자들이 용도별 차등가격제에 적응하는 해였다면 지난해와 올해, 2026년까지 3년 동안은 실질적인 용도별 차등가격제의 효과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