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각·사료급이기 등과 연계…낙농업에 신기원

도입 초기 다양한 문제점 해결

복합기기·데이터 접근이 용이한

2세들 대거 목장에 유입되면서

명실상부 ‘ICT 시스템’이 정착

효율성 높아지고 노동력 감소

우유 품질 관리하는데 큰 역할

착유기록 통해 질병 조기 발견

환경 개선으로 동물복지 완성

착유는 젖소를 키우는 낙농가에서 필수적으로 이루어지는 작업 중 하나로 착유 성적은 낙농가의 소득과 직결된다. 때문에 착유 방식이나 시스템에 대해서 낙농가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낙농산업 신기술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인로봇 착유시스템이다. 이미 십수 년 전부터 국내에 들어왔지만, 그만큼 정확하게 이를 사용해 왔던 목장이 극소수이기 때문에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어 아직도 신기술로 손꼽힌다.

초기 낙농가들은 대부분 바켓 착유기로 시작해 파이프라인을 거쳐 헤링본과 텐덤 등 병렬 착유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데 2000년대 들어 유럽과 북미에서 생산된 로봇 착유기가 국내에 상륙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도입 초기에는 기대와는 달리 기술적 지원의 부재, 적응기간 공백에 따른 비용 손실 등으로 낙농가들의 원성이 자자했으며, 로봇 착유기를 설치하고도 기존의 착유 시설을 이용해 착유 하는 등 농가들의 신뢰를 얻지 못해 무용지물인 경우가 다반사였다.

당시에는 로봇착유기만 갖추면 기존의 시설들과 연결해 사용하도록 했는데, 결합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와 목장의 구조적인 문제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고 수기에 의존해 데이터를 취합하던 시절이다 보니, 로봇 착유기에 대한 평가가 좋지 못했다.

그러던 중 비교적 복합기기나 데이터 접근에 용이한 2세들이 대거 목장에 들어서면서 다시 한번 로봇 착유기에 대한 붐이 일기 시작했고, ICT 지원 사업 등 정부의 육성지원 정책이 뒷받침하면서 다수의 농가가 로봇착유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특히 이번에는 로봇착유기 뿐 아니라 냉각기와 사료 급이기 등 주요 시스템을 연동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프로그램이 개발되면서 낙농가들의 관심이 로봇착유 시스템을 도입한 스마트 목장에 쏠리고 있다. 2000년대부터 유행한 무인로봇착유 시스템이 낙농산업의 ‘신기술’로 손꼽히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로봇 착유기를 2대 보유하고 스마트팜을 구축한 경북 김천 서부목장 강동구 대표는 “낙농이 장기간 목표를 가지고 가는 산업임을 고려하면, 로봇착유기를 비롯한 스마트팜구축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꾸준히 목장의 성적이 향상되고 수익률이 올라간 것은 스마트팜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 무인 로봇 착유기 기반 스마트 팜

로봇 착유기는 효율성을 높이고, 노동력을 절감하며, 우유 품질을 관리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선 로봇 착유기는 24시간 운영할 수 있어 사람이 직접 착유실에서 관리하는 방식보다 많은 수의 소를 효율적으로 착유 할 수 있다. 사람의 작업 시간이 단축되기 때문에 여유시간이 늘어 착유 외 작업이 용이하며, 개체관리가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로봇 착유기는 각 젖소의 착유 기록을 상세히 기록하여 소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동물 복지 측면에서도 로봇착유기의 이점이 있다. 보편적으로 목장에서는 착유 시간이 정해져있는데, 로봇착유의 경우에는 자유로운 착유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소가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다.

강동구 대표는 “실제로 시스템을 활용해 보니, 도입 전과 후에 확연한 성적 차이가 나타났다”라면서 “달라진 목장 환경 덕분에, 검정농가 가운데 전국 3위라는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라고 말했다.

# 데이터 수집‧분석까지 한 번에

Lely사의 로봇착유 시스템을 구축한 서부목장은 Horizon이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까지 원스톱으로 하고 있다.

과거 단순 자동으로 착유를 대신해 주는 시스템에서 그쳤던 로봇착유 기계가 아닌, 완전한 시스템으로 불리게 된 것도 토탈솔루션 프로그램 덕분이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서부터 서부목장은 직접 데이터를 추출해 검정 성적을 조합으로 전송해 기록하고 있으며, 목장의 성적과 수익률, 젖소의 건강상태 모니터링 결과 등 주요 지표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이시스템은 편의성도 제공한다.

모바일 기기나 컴퓨터를 통해 원격으로 농장 시스템을 제어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직접 관리하지 않고도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강동구 대표는 “과거에는 데이터를 수기로 기록하거나, 어플리케이션이나 워크시트에 직접 기록해야 했기에 이 작업 또한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데이터의 신뢰성에 의문이 갈 때도 있었다”라면서 “로봇 착유기와 연동된 시스템에서 수집된 정보가 한곳으로 모여, 이를 시각화해 결과를 보여주니 경영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선발도태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시행한다.

서부 목장의 경우 시스템 도입 이전 질병 또는 번식장애, 사고 등이 도태의 주요 원인이었는데 도입 이후부터는 성적분석에 따른 계획도태를 시행, 생산성이 향상됐다.

도입 이전인 2017년에는 66%가 질병, 25%가 번식장애, 사고로 인한 도태가 9%로 계획도태가 0%였는데 2024년에는 저능력우를 선발 도태시키면서 계획도태 비율이 40%로 올랐다.

그 결과 평균 유랑 증가와 초산분만월령 단축으로 연간 약 5500만 원의 수익이 증가했다.

강 대표는 “Horizon 시스템은 농장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할 수있게 서포트 한다”라면서 “다양한 장비와 젖소의 건강 데이터를 통해 선발 도태함으로써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무용지물’ 오명 벗고 새 출발

1세대 낙농가들 사이에서는 로봇착유기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하다. 때문에 로봇 착유기를 활용한 토탈 솔루션에 대한 신뢰도 낮은 편이다.

하지만 실제 로봇 착유기를 활용하고 있는 목장들은 정밀한 사양관리와 착유 시스템, 여가 시간 확보로 노동력 절감 등의 장점을 손에 꼽는다. 특히 환경 관련 문제 등으로 어려워지는 낙농산업의 여건에서는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초기 투자비용이 다소 부담스럽지만, 단순 착유의 편리함이 목적이 아닌 농가 단위 빅데이터 수집 및 관리가 편리하다는 이유에서 시스템 구축을 선택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앞으로 제한된 환경에서 효율적인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정밀사양과 시스템 구축을 해야 낙농가들의 경쟁력이 확보된다고 전문가들도 입을 모으고 있다.

[축산경제신문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