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진단 한 정 헌 늘푸른 한의원 원장 늦은 더위로 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던 9월을 뒤로하고 계절은 가을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습니다. 가을이 되면 한의원을 찾으시는 환자분들이 보약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이번호에서는 ‘공진단’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보약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공진단(拱辰丹)은 원(元)나라 때의 유명한 의학자인 위역림(危亦林)이 저술한 세의득효방(世醫得效方)에서 가장 먼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책이름만 보고서는 ‘세상의(世) 여러 의사들이(醫) 좋은 치료효과를 거둔(得效) 처방 모음집(方)’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은 의원 집안에서 배출된 의가를 “세의(世醫)”라 하므로, 위역림 집안의 경험 비방(秘方)이라는 의미가 더 맞습니다. 아무튼 위씨는 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각종 처방과 5대에 걸친 가전(家傳)의 경험방을 10년에 걸쳐 정리·분류하여 총 19권으로 편성한 뒤 1337년 ‘세의득효방’이라 이름 지었는데, 그 당시의 국립의료원에 해당하는 태의원(太醫院)의 심사를 거쳐 책이 간행된 것은 10여년 뒤인 1345년이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크게 2가지 특징이 있는데, 첫째는 책의 순서가 원나라 때의 의학교육제도인 13가지 분과(分科) 형태를 그대로 흉내내어 대방맥과(大方脈科), 소방맥과(小方脈科), 풍과(風科), 산과(産科), 정골겸금족과(正骨兼金鏃科)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위역림이 골절(骨折)이나 탈구(脫臼)를 치료할 때는 오두(烏頭) 등으로 먼저 마취할 것을 주장하는 한편, 척추골상의 치료에서는 현조복위법(懸弔復位法)을 최초로 채택하는 등 요즘의 추나(推拿)에 해당하는 정골(正骨) 부분에서 후대에 미친 영향이 컸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세의득효방은 국가의 제도적 의학분과의 순서대로, 5대에 걸친 대대손손의 비방은 물론, 추나와 같은 신치료법마저 수록해 놓았습니다. 공진(拱:으뜸공, 辰:별진)단이란 이름의 뜻은 공은 공경한다는 뜻으로 두 팔을 벌려 껴안는다는 의미이고, 진은 별 또는 시간을 의미하여 세월을 품에 안는다는 의미로 불로장생의 함축적 의미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공진단은 사향(麝香), 녹용(鹿茸), 당귀(當歸), 산수유(山茱萸)라는 총 4가지 약재로 구성된 아주 간결한 처방입니다. 처방의 효능에 대해 방해(方解)에 따르면 “대체로 남자가 장년기에 진기가 몹시 약한 것은 타고날 때부터 약하고 허한 것이 아니므로 성질이 건조한 약재를 쓰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음혈(陰血)을 보충하는 다른 처방들을 보면 약물 숫자는 많지만 약효가 매우 약하여 효력을 보기 어렵다. 따라서 단지 타고난 원기를 공고히 하여 신수(腎水)와 심화(心火)가 잘 오르내리게 하면 오장이 스스로 조화되고 온갖 병이 생기지 않을 것이니, 이럴 때 공진단을 사용한다.(凡男子 方當壯年 而眞氣猶怯 此乃稟賦素弱 非虛而然 燥之藥 尤宜速戒 滋益之方 品稍衆 藥力細微 難見功效 但固天元一氣 使水升火降 則五藏自和 百病不生 此方主之)”라고 하였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體質이 선천적으로 허약하더라도 이 약은 天元一氣를 굳혀서 水를 오르게 하고 火를 내리게 하므로 百病이 생기지 않는다.”라고 하였습니다. 황제에게 진상했던 것으로 알려진 공진단의 효과를 간단히 정리하면 선천적으로 허약한 사람보다는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누적된 장년기의 환자에게 적합하여 원기를 굳건히 함으로써 신체의 자생력(自生力)을 도와주는데 처방인 것입니다. 구체적 적응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스트레스로 인한 모든 울체병에 막힌 곳을 뚫어주고 기순환을 원활히 시켜주는 사향(麝香)이 함유되어 있어 정신적 중압감이 심한 이들에게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어 정신건강을 증진시킵니다. 스트레스가 심한 직업을 가진 분들에게 좋습니다. 둘째, 오장육부의 기능저하와 원기부족, 피로에 한방 최고의 보약인 녹용(鹿茸)이 들어 있어 기를 보강시킵니다. 만성 피로와 소아 청소년의 허약증, 잦은 감기 등에 면역력 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셋째, 빈혈, 가슴 두근거림, 생리불순 등 혈부족 증상에 당귀(當歸), 산수유(山茱萸) 등의 약물이 들어있어 혈을 보강시키니 사회생활에 지친 직장인, 사업가 등 성인 남자와 무기력하고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은 성인 여자, 시험공부에 지친 수험생 등에게 체질에 관계없이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공진단 구성 약재 1. 녹용 : 양기를 돕고 혈액과 정수를 보하며 근골을 강화시켜 오장육부의 허로를 보하며 피로회복에 탁월하다. 2. 당귀 : 혈액의 생성을 도와주고 혈액을 맑게 하여 혈액순환을 증진시킨다. 3. 산수유 : 부족한 정액을 보하여 간, 신의 기능을 항진 시킨다. 4. 사향 :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로 인한 모든 울체병에 막힌 곳을 뚫어주고 기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정신적 중압감이 심한 분들에게 답답한 가슴과 눈을 맑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