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목장에서 온 편지 이 은 미 경기 포천 여성낙농인 화창한 이른 아침 힘찬 착유소리와 송아지 울음소리로 활기찬 하루가 시작됩니다. 포천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농사짓고 부지런히 일하시는 부모님은 자식들 가르치며 출가시키기 위해 목장을 병행하셨습니다. 바쁜 농사철, 집 건너편 큰길에 우유차가 오면 여학생인 나는 냉각수에 있는 우유통을 낑낑거리며 앞 언덕 위로 가져가야했고, 친구들과 놀다 늦게 들어와 부모님께 혼난 적도 있었습니다. 시골생활이 싫어 시내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신혼을 맞이했습니다. 큰딸 연홍이가 아장아장 걸어 다닐 무렵 친정아버지께서 허리디스크로 더 이상 목장을 운영하시기는 무리셨습니다. 남편은 중장비사업을 정리하고 목장을 하겠다며 속옷 몇 벌과 생활용품을 배낭에 챙겨 친정인 가산으로 들어가 아침저녁으로 착유를 배웠습니다. 논 800여 평에 남편이 직접 우사를 친구들과 외갓집 오빠들의 도움으로 짓고, 친정엄마는 밥과 반찬을 다라에 담아 머리에 이고 가셨습니다. 둘째를 임신하여 뒤뚱거리는 몸으로 음식을 차려놓으면 둥그렇게 둘러앉아 점심을 먹으며 시원한 막걸리한잔으로 땀을 식혔습니다. 드디어 91년 4월7일 친정 영천목장의 젖소들은 우리의 보금자리인 영천목장으로 살림살이와 함께 이사를 했습니다. 목장을 처음 시작할 때 밤에 바람이 불면 우사가 허물어지지는 것은 아닐까! 개들이 짖으면 도둑이 와서 우리 소들을 다 가지고 갈까 걱정하며 목장을 돌아보곤 하였습니다. 어느덧 목장을 시작한지 17년, 우리부부는 세 아이의 부모가 되고, 늘어난 소와함께 목장부지도 1,700여 평으로 넓어 졌습니다. 하지만 요즘 목장운영하기가 많이 어렵습니다. 처음 목장시작 할 때 논에 쌀 농사져서 볏짚 걷어 먹이고 밭에 풀을 심어 사료비를 절감하였습니다. 남편과 함께 처음 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목장을 운영해 나가야 할 시기입니다. 오늘 하루도 젖소들이 편히 쉬고 있는지 무더운 여름철 시원한물은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며 목장을 둘러보았습니다. 많이 먹고 무럭무럭 자라 거라. 사랑하는 나의 자식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