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퇴직플랜 임 정 욱 개인재무상담전문법인IFPK(주) <필자연락처 : 010-7312-6445> 謀事在人 成事在天(모사재인 성사재천)이란 말이 있다. 제갈공명이 사마의를 호로곡에 몰아넣고 화공으로 불태워 죽이려 할 때였다. 신중한 사마의를 어렵사리 화약이 묻혀있는 지뢰밭으로 유인한 공명은 지체 없이 불화살을 당기라 명령했다. 호리병 모양의 호리곡에 꼼짝없이 갇힌 사마의의 3부자는 서로 어깨를 부등켜 앉고 발 밑에서 연거푸터지는 화약더미 속에서 이제 죽게 되었구나 하며 방성대곡을 하고 있을 무렵 하늘에서 느닷없이 소나기가 쏟아지더니 불길을 꺼가기 시작했다. 최고 강적인 사마의를 장사 지낼 것을 목전에 두고 있던 공명은 예상치 못한 소낙비에 회심의 미소를 습쓸한 웃음으로 바꿔야 했다. 결국 ‘일을 도모하는 것은 사람이요, 그것을 성공시키는 일은 하늘의 뜻에 달려있다.’라고 말하며 제갈공명은 말머리를 돌려야 했다. 인생사 모든 일이 사람이 바라는 바에 의해 이루어지는 듯 해도 마지막 순간에 알 수 없는 그 어떤 이유로 인해 좌절되는 경우가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일을 추진하고 도모하는 것은 비록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가능하겠지만, 그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그 일을 둘러싼 수 많은 관계들과 주변상황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대부분 가족단위의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매스컴이나 신문의 읽을꺼리로 가끔 나오는 기사를 보면 소위 우리나라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많은 대기업들도 수 십 년 동안 쌓아 올린 업적을 자손들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생각인지도 모른다. 의사이면서 투자자전문가인 박경철씨의 책을 보면 “부자란 더 이상 부를 늘이는데 고민하지 않고, 본인들의 부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대를 이어 이전시키는 것(상속)에 관심과 집중을 하는 사람들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평생을 모아서 만들어 놓은 기업이나 재산을 바라볼 때 본인의 땀과 노력의 결정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어찌 이것을 보존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나지 않겠는가? 사람이라면 드는 당연한 감정일 것이다. 반면,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많은 기업가들 중에 본인과 기업을 동일시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게 된다. “내가 이 기업을 어떻게 만들었는데?”, “모든 것 제쳐두고 회사 일에만 몇 십년 몰두했어요”, “나 없으면 우리 회사는 정말 힘들어”… 이런 생각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기업이라는 것과 CEO라는 개념은 엄연히 분리되어 있는 개념이다. CEO에게 병이 나거나 어떤 일이 생긴다 해도 당장에 기업이 없어지거나 망하지는 않는다. 어떤 기업은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더욱 성장하기도 하지만, 어떤 기업은 바로 그 순간으로 망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과연 무슨 차이일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기업과 CEO의 개념 분리가 명확하게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기업의 CEO도 엄연한 한 명의 직원이자 그 기업의 구성원이다.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은 본인의 땀과 노력에 의해 맨 땅 위에 세워진 결정체이기 때문에 다른 누구보다도 더 애착을 가지는 차이일 것이다. 하지만, 기업을 구성하는 많은 직원들처럼 기업의 CEO도 직원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 물론, 기업을 위해 본인을 희생하는 것은 일반 직원들과는 다른 애정이 있기에 생기는 필연적 선택일 뿐이라 생각한다. CEO도 언젠가는 현업에서 물러나 기업의 큰 결정을 제외하고는 누군가에 물려주고 퇴직을 하게 되는 시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인들이 퇴직한 후에 본인의 생활에 대해서는 별로 고민을 하지 않고 대책도 수립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 TV광고에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라고 홍보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은 준비되어 있는 사람만 떠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서 준비라는 것은 바로 20~30년간 기업의 성장을 위해 열심히 희생하고 일한 CEO 본인의 편안한 여생을 위한 경제적 준비를 말하는 것이다. 경제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계속해서 일이라는 것에 매달려 있어야 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편안한 시간을 보내기는 커녕 계속해서 육체적 고통에 시달려야 할 것이다.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이 퇴직할 때, 퇴직금으로 217억 원을 받은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고, 많은 경제신문의 사설에도 실렸던 내용이다. 하지만, 이것이 모두 합법적인 것이고 적법하게 세금납부를 통해서 온전하게 정주영 회장의 퇴직금으로 지급되었다는 것에 CEO들은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과연 정주영 회장이 퇴직금을 다 쓰고 돌아가셨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수 많은 재산보다는 본인의 퇴직금 만으로도 편안히 보내시다가 돌아가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재무상담사들이 얘기하는 CEO플랜은 바로 이 퇴직플랜을 이용해 CEO의 은퇴자금을 만드는 것이다. 많은 중소기업 CEO들이 본인의 월급도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는 이유들이 세금, 회사자금의 회계처리 등의 문제가 복잡하고 용이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들을 쉽게 해결하면서 향후 10~20년 뒤 은퇴시점이 되었을 때 본인의 은퇴생활을 위한 자금을 모을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런 준비를 하기 이전에 먼저 CEO 스스로 언젠가는 퇴직을 할 것이라는 것에 인정을 하고, 여느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은퇴 후 생활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다. CEO라는 것은 기업을 경영하고 있을 때의 직함에 불과할 뿐 퇴직을 하고 나면 여느 퇴직자와 다를 것이 별로 없다. 하지만, 수 십 년간 힘들여 기업을 운영한 것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런 준비는 퇴직을 하는 시점에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현재도 그렇겠지만 세금이나 회사자금의 처리 등의 문제가 더욱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적법한 방법을 통해서 준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이다. 앞서 말한 정주영 회장의 경우처럼 말이다. 흔히 나중에 어떻게 될 줄 알고 지금부터 준비하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맞는 말이다. 미래의 일을 어떻게 알고 준비하느냐고 하는 것은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이다. 하지만, 불확실한 일들도 있지만 원치 않아도 찾아오는 확실한 일이 있지 않은가. 그것이 바로 퇴직이고 은퇴인 것이다. 謀事在人 成事在天은 이런 경우에 적합한 말이 아닌가 싶다. 나중에 일은 정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하늘의 뜻에 맡겨두는 수 밖에는 없다. 하지만,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인 이상 준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어떠한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많은 CEO들이 더 잘 알고 있는 얘기 아닐까 싶다. 하늘의 뜻은 공명에게 있지 않았다. 수 많은 전쟁을 준비하고 전쟁을 치렀지만, 결국 하늘은 공명에게 천하통일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것은 공명의 준비가 허술했던 것이 아니라 이미 한과 촉의 기운이 다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공명의 자세와 태도를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항상 새로운 마음으로 준비하는 것은, 하늘의 뜻에 의한 상황은 어쩔 수 없으나 본인이 준비하지 않아 실패하는 것은 결코 용인되지 않았던 것이다. 힘들게 수 십 년간을 일하고 편안한 여생을 보내기 위해서는 먼 미래에 어떤 일을 생길 것을 두려워하는 것보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는 마음가짐과 계획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