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 한 정 헌 늘푸른 한의원 원장 한국인들을 괴롭히는 대표적인 질병중 하나로 간염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호에서는 간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간염은 말 그대로 간의 염증을 말하는데 보통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간염을 가리키지만 그 외에도 화학물질에 의한 알콜성 간염, 약물성 간염, 중독성 간염 등과 같이 불리는 간염이 포함됩니다. 간염은 그 경과에 따라 급성간염과 만성간염으로 나뉘며, 특히 발증 후 8주 이내에 급속히 간부전(肝不全)과 간성혼수(肝性昏睡)를 일으켜 사망하는 것을 극증(劇症)간염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B형간염 보균자는 국내에만도 400만에 이르고 있는데 이는 국민의 7~8%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간경변, 간암 등 크고 작은 간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600만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B형 간염이 60%정도, C형간염이 25%, 기타 알콜에 의한 간염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간염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바이러스, 알콜, 약물 등이 있으며, 담도질환이나 급성순환장애, 자가면역에 의한 간염도 있습니다. 바이러스성 간염은 간장에 간염 바이러스가 서식함으로써 생기는 것입니다. 급성간염이 대부분인 A형은 오염된 식수나 음식물에 의해 발병되고, 만성간염은 B형 간염, C형간염, 비만에 수반되는 지방간, 알콜성 간장애, 면역이상에 의한 경우가 많습니다. A형 간염의 경우 발열, 전신권태, 식욕부진, 구역, 구토, 진한 소변, 황달 등이 전형적인 증상이고, 그 외에 복부팽만감, 우상복부의 답답함과 동통, 감피증(柑皮症), 상복부 팽창감, 수장홍반(手攀紅斑), 발의 부종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B 형간염은 발열은 뚜렷하지 않고 그 외의 증상은 A형과 같으나 일반적으로 증세가 가벼운 것이 특징입니다. 그러나 만성으로 진행되면서 잘 낫지 않아 결국은 중병으로 발전하게 될 위험이 있어 빨리 고쳐야 하는 병입니다. C형간염의 증상은 B형보다도 오히려 가볍습니다. 하지만 거의 간암에 가까울 정도로 위험한 상태이거나 치료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어 방치하면 안되는 병입니다. 일반적으로 간염치료와 예방을 위해 주로 감마글로블린이나 인터페론, 라미뷰딘을 사용하고 있는데, 일시적으로 간염수치가 내려간다고 하여도 언제든지 수치가 다시 올라갈 수 있어 안심할 수 없습니다. 또한 간염수치가 내려간다고 해도 간염환자들의 보편적인 고통증상들까지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간장병에 대한 한의학 고전의서의 기록을 살펴보면, 2000년전에 저술된 황제내경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간열, 황달, 협통, 적취, 고창, 주상, 노권상 등에서 나타나는 증상들이 간장병의 범주에 속하며, 특히 현대의 바이러스성 간염과 비슷한 내용은 간열 및 황달에 대한 기록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황제내경소문 “평인기상론”에서 “눕기를 좋아하고 소변이 황색을 띠는 것이 황달”이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황제내경소문 “자열편”에서 “간열병은 먼저 소변이 황색으로 변하며, 복통이 있고 눕기를 좋아하며 몸에 열이 나게 되며, 열이 심하면 헛소리를 하고 잘 놀래며 옆구리가 그득하게 아프며, 수족이 번요하여 편안히 눕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또 황제내경영추 “논질진척편”에서는 “온 몸이 황색을 띠는 것이 황달인데, 편안히 눕기를 좋아하며, 소변이 황색이고, 맥상이 약하고 깔깔하며 음식을 싫어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급성간염이나 만성간염 또는 간경화 등의 간장병이 심해져 나타날 수 있는 증상과 유사합니다. 금궤요략에는 곡달, 주달, 여로달 등에 대한 증상과 함께 인진호탕, 치자대황탕, 인진오령산, 소시호탕, 소건중탕 등에 관한 언급이 있습니다. 증후의 관찰이 보다 정확해지고 치료 대책이 점차 확실해짐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상한론에서 18일을 예후판정의 기한으로 말한 것은 급성간염이 만성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표현한 내용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또한 치료 약물 및 소변의 배출이 보다 세밀하여졌음을 볼 수 있습니다. 천금방에는 황한, 황달, 곡달, 주달, 여로달의 오달의 원인과 증상에 대한 설명이 있고, 동의보감에서도 잡병편의 황달문에서, 황달이 유행하여 살인까지 한다고 하였으며, 전염성 급성간염의 실체를 파악하여, 그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서적에서도 황달에 대한 원인, 증상, 치법, 처방 등에 대한 기록이 많이 나타나며, 그중 많은 부분이 만성적인 간장질환에 기인하는 증상에 대한 관찰이었던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황달의 치료에 주로 사용되었던 약재들을 중심으로 동물실험이나 임상에서의 치료를 통하여 한방치료가 유효함이 밝혀져, 만성적인 간질환 환자들의 치료에 활용되고 있으며, 증상에 따라 몇 가지 약재들을 가감하여 좋은 효과가 있다는 임상보고가 많이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근본적인 치료를 통해 간기능을 개선하여 간염수치를 조절하면서 간염환자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이상증상인 피로, 무기력, 미열, 오한, 신경과민, 소화불량, 입술포진, 안구충혈, 눈부심, 눈시림, 잇몸출혈, 편두통, 다리 쥐, 만성설사, 복통, 협늑통, 피부어르러기, 거미상 혈관종, 여성형 유방, 고환 위축, 식욕부진, 권태, 황달, 발열, 구토, 구역, 소양증 같은 증상들이 함께 치료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만성 간염 및 황달을 치료하는 한약처방으로는 생간건비탕, 인진오령산, 인진호탕 등이 있습니다. 이 처방들의 주약은 인진(茵蔯)으로 간세포의 담즙분비 촉진 약재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 외에 만성 간염에 효과를 나타내는 약재로는 시호, 갈근, 어성초, 별갑, 청피, 초룡담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