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황청심환 (牛黃淸心丸) 한 정 헌 늘푸른 한의원 원장 매년 수학능력시험 때가 되면 수험생에게 우황청심환(牛黃淸心丸)을 먹이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 물어오는 전화가 한의원에 이어지곤 합니다. 많은 수험생들이 우황청심환을 시험 전에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약으로 복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음주운전자들이 음주운전에 적발되지 않기 위해 우황청심환을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만병통치약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우황청심환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우황청심환에 대한 기록은 십전대보탕과 쌍화탕처럼 송(宋)대의 ‘태평혜민화제국방(太平惠民和劑局方)’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는데 처음에는 산예환이란 이름으로 22가지 약재가 들어갔습니다. 금원(金元)시기의 두한경(竇漢卿)이 지은 ‘양의대전(瘍醫大全)’에도, 명(明)나라 때의 만전(萬全)이 저술한 ‘두진세의심법(痘疹世醫心法)’에도 우황청심환이란 처방이 등장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우황청심환과는 구성 약물 및 효능이 많이 달랐습니다. 이후 8가지 약재가 덧붙여서 명나라 이천의 의학입문이란 책에는 30종의 약재가 들어간 것으로 기록되어있으며, 동의보감에는 1가지가 덧붙여져 31가지가 들어간 우황청심원이 완성되었습니다. 흔히 우황청심환과 우황청심원 두 가지 명칭이 동시에 쓰이고 있는데 우황청심환이 정확한 명칭입니다. ‘동의보감’에는 우황청심환이 ‘우황청심원(牛黃淸心元)’이란 이름으로 실려 있는데, 허준 선생은 우황청심환에 대한 내용을 명(明)나라 공신의 ‘고금의감(古今醫鑑)’에서 그대로 인용하였습니다. 그런데 송대에서 명대로 바뀌는 동안의 여러 황제 중에 “조환(趙桓; 북송의 9대 황제)”이란 임금이 있었던 까닭에, 감히 왕의 이름을 백성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할 수 없어 언제부턴가 ‘환’이 ‘원’으로 바뀌게 된 것이라 합니다. 우황청심환의 약재 내용을 보면, 산약, 자감초, 인삼, 포황, 신곡, 서각, 대두황권, 육계, 아교, 백작약, 맥문동, 황금, 당귀, 방풍, 주사, 백출, 시호, 백복령, 길경, 행인, 천궁, 우황, 영양각, 사향, 용뇌, 웅황, 백렴, 건강, 금박, 대추, 꿀로 총 31가지로 되어 있습니다. 우황을 약재로 이용하게 된 시초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2500여년전 중국을 대표하는 명의인 편작이 하루는 이웃 노인의 중풍을 치료하기 위해 청몽석(광물성 약재의 일종)을 갈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마침 한 농부가 소의 쓸개를 들고 찾아왔는데 병든 소가 있어 잡고 보니 소의 쓸개에 커다란 돌이 들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한편, 이웃 노인의 상태가 악화되자 편작이 급히 달려가는 바람에 청몽석을 놓고 와 이를 가져오라고 심부름 보냈는데, 실수로 청몽석 대신 담석(쓸개 안에 있는 돌)을 가져와 우연히 이것으로 노인을 치료하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노인은 곧 경련을 멈추고 숨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이를 신기하게 여겨 담석을 다른 중풍환자에게도 써본 편작은 그 효과가 탁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소의 담석, 즉 우황(牛黃)은 이때부터 중풍치료에 응용됐다고 합니다. 한의서 ‘본초구진’을 보면 ‘우황은 그 성질이 서늘하고 맛이 쓰며 심장과 간장의 열을 없애주고 기를 통하게 하며 해독기능이 있다.’고 쓰여 있습니다. 우황과 함께 중요한 효과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서각’인데 서각은 현재 국제동물보호기구가 수렵을 금지한 코뿔소의 뿔로서 지혈작용이 뛰어납니다. 따라서 요즘 생산되는 우황청심환에는 서각 대신 물소뿔을 사용합니다. 이외에 적절히 가공한 주사(朱砂·유화수은 함유)와 석웅황(石雄黃·유화비소 함유)과 같은 중금속도 우황청심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약재입니다. 우황청심환의 효능은 한마디로 처방 이름이 뜻하는 것처럼 ‘청심(淸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심장에 쌓인 화열(火熱)을 식혀서 맑고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작용을 하는 것입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우황청심환의 효능에 대해 중풍문(中風門)의 ‘갑작스런 중풍에 따른 구급처치(卒中風救急)’라는 조문(條文)에서는 “갑작스런 중풍으로 사리를 분별치 못하고, 담연(痰涎)으로 꽉 막혀 정신이 어렴풋하며, 말이 불분명하고 입과 눈이 삐뚤어지며 손발을 잘 쓰지 못하는 것 등을 치료한다(治卒中風 不省人事 痰涎壅塞 精神昏 言語蹇澁 口眼 斜 手足不遂等證)”고 하였습니다. 또 신문(神門)의 ‘정신병에 활용 가능한 약물 및 식이(神病通治藥餌)’라는 조문에서는 “심(心)의 기운 부족으로 정신이 오락가락하여 아무 때나 기뻐하거나 화내는 것, 혹은 전광(癲狂; 지나치게 조용히 움츠려 있다가 미친 듯 날뛰는 병) 발작으로 정신이 착란된 증상 등을 치료한다(治心氣不足 神志不定 喜怒無時 或發癲狂 精神昏亂等證)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뇌졸중(졸중풍, 전신불수, 수족불수, 언어장애, 혼수, 정신혼미, 안면신경 마비), 동맥경화증, 고혈압, 심계항진, 호흡곤란, 정신불안, 협심증, 급만성 경풍, 자율신경실조, 인사불성 등의 증상에 처방하며 특히 고혈압 환자가 중풍을 맞기 전 눈앞이 캄캄하고 가슴이 뛰며 뒷목이 뻣뻣해지면서 귀에 이명증상이 있을 때, 어지럼증과 함께 몸이 떨리며 속이 메스껍고 정신이 혼미해질 때 쓰는 구급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한의학에서는 중풍, 고혈압도 열증과 한증으로 구분한다는 것입니다. 즉, 같은 중풍환자라도 몸에 열이 나는 것과 몸이 차가워지는 것을 구별하여 치료하는데 우황청심환은 몸에 열이 나는 중풍환자에게는 효능이 있지만, 몸이 찬 중풍환자에게는 맞지 적절하지 않습니다. 또한 증상이 졸중풍 초기와 비슷한 ‘중기증’(中氣症·중풍과 달리 후유증이 없음)의 경우애도 우황청심환이 도움이 되지못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라도 의식 없는 환자에게는 기도가 막혀 질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먹여서는 안 됩니다. 이렇듯 우황청심환은 중풍이나 정신병으로 정신이 온전치 못한 경우에 쓰는 약이지, 절대 수험생의 안정제나 음주 후 음주단속을 피하기 위해 먹는 약이 아닐 뿐더러 두통, 치통, 생리통, 우울증, 불면증 등 거의 모든 병을 다스리는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강력한 효과가 있는 만큼 적절한 적용증에 정확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득보다 실이 클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한의사가 환자를 진맥해본 뒤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그 병증의 경과를 관찰하면서 신중하게 투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