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한 정 헌 늘푸른 한의원 원장 시간은 훌쩍 2006년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행복한 시간들로 누군가에게는 아쉬운 시간들로 기억될 2006년의 마지막 달을 모든 독자 여러분들이 알차게 보내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최근 신문을 비롯한 언론매체를 살펴보면 거의 매일‘우울증’이라는 단어를 찾아 볼 수 있는데 범죄의 원인으로 또는 자살의 원인으로 우울증이 지목 받는 것이 더 이상 새롭지 않습니다. 스트레스 가득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우울증 발병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모릅니다. 오늘은 지면을 통해 ‘마음의 감기’라 불리는 우울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전적의미의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에 빠져 의욕을 상실한 채 무능감, 고립감, 허무감, 죄책감, 자살충동 등에 사로잡히는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임상적으로 가장 흔한 정신장애 중 하나입니다. 평균 발병연령은 40세지만 요즘은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우울증의 증상은 기분이 우울하고 괜히 슬퍼지거나 불안해지기도 하고, 무슨 일을 해도 재미가 없고 잘 웃지도 않게 됩니다. 자다가 자주 깨고, 입맛이 떨어지며 식사량이 줄고 평소보다 말수가 적어지고 만사가 귀찮아지고 금방 했던 일도 잘 잊어버리고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어떤 경우에는 기분은 괜찮은데도 소화불량, 두통, 목과 가슴에 뭔가 걸린 느낌, 변비 및 설사, 성욕감퇴 등 몸이 여기저기 아픈 증상만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증상들은 보통 아침에 심한데, 어떤 경우에는 오후나 저녁에 심해지기도 합니다. 우울증은 한 번만 나타날 수도 있고 주기적으로 재발되기도 합니다. 40∼50대 갱년기에 발병하는 우울증은 주요 우울증상 외에 초조, 격정, 심한 건강 염려증, 후회, 죄책감, 절망감, 편집성 성향, 우울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며 주로 성격이 강박적이고 양심적이고 융통성이 적고 책임감이 강하고 급하며 예민한 사람들에게 잘 나타납니다. 여자들의 경우 아이를 출산한 후 4주 이내에 우울증이 발병하는 경우를 산후 우울증이라 하고 보통 정신병적 증상을 잘 동반하는데 우울한 기분이 2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감정부전장애라고 하며 대개 25세 전에 서서히 발병해서 만성적인 경과를 나타냅니다. 양방에서는 우울증의 원인을 생물학적 원인, 유전적 요인, 심리사회적 요인으로 나누어 생각합니다. 생물학적 원인은 뇌속에는 신경을 조절하는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아세틸콜린, 도파민, 엔돌핀 등의 성분에 변화가 일어나 생기거나 일주기(circardian) 리듬의 이상, 뇌의 기능 이상 등이 그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유전적 요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우울증을 앓은 사람의 친척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2~3배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심리사회적 요인은 갑작스런 실직, 가족의 사망, 애인으로부터 버림받거나 시험이나 사업의 실패, 심각한 질병, 심각한 갈등, 경제적 파탄 등 큰 좌절감을 경험할만한 생활사건과 환경적 스트레스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양방에서의 치료는 정신분석 등의 심층적인 상담치료와 환자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자동사고, 인지적 오류, 역기능적 신념 등의 인지적 요인들을 교정하는 인지치료를 병행하며 항우울제를 복용시킵니다. 대개 약물치료로 증상이 호전되고 나면 재발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적어도 6개월 이상 약을 복용해야 하며 재발하는 경우엔 3~5년 정도 충분한 용량의 약물치료를 시행한다고 합니다. 한의학에서 우울증은 울증 또는 울병, 우울증이라고도 하는데 한자적인 뜻을 보면 우(憂;근심)울(鬱;막힘)로써 근심이나 걱정으로 답답하게 막혀 체(滯)한 상태를 말합니다. 한의학적으로 화병에 속하는데 가슴속에 화(火)가 맺혀 나타나는 결흉(結胸)에 해당합니다. 우울증의 원인에 대해 한의학에서는 심리적인 요인이외에도 선천적(先天的)으로 태중(胎中)에 있을 때 산모가 지나친 스트레스 근심 걱정을 받아 태아에 영향이 미쳐서 발생하기도 하고 후천적(後天的)으로는 독소축적으로 면역능력이 약해졌을 때, 체질적으로 내향적인 경우, 내장기능의 부조화로 심장이나 담력이 허약해진 경우, 몸 안의 진액(津液)인 호르몬 혈액 등이 부족한 경우에 발생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천적·후천적인 원인 모두가 결국 정신(精神)·마음·원기(元氣)가 약(弱)해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치료는 그 원인에 따라 몸에 막힌 곳을 소통시키고 내장의 균형을 잡기 위해 체내에 탁한 기운이 있는지를 확인하여 해독하고 증상에 따라 내장기능의 부조화를 치료하는 방법을 선택하며 체질에 따라 타고난 내장의 본질을 강화 시켜 치료합니다. 우울증관 관련한 일반적인 오해는 우울증이 예민하거나 정신이 이상한 사람에게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누구나 우울증이 걸릴 수 있다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5년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총 1만932명으로 사망원인 5위이며 대부분 자살의 원인은 우울증이라고 합니다. 통계적으로 이제 우울증은 평생 동안 전체인구의 5명중 1명이 걸릴 수 있을 정도로 흔해진 질병이 된 것입니다. 따라서 우울증을 치료받는 것을 숨길필요도 없고, 성격에 문제가 있다든지 정신적으로 나약한 것으로 비난받거나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 하는 것은 그만큼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고 초기에 적절히 치료하면 치료가 어렵지 않으나 그대로 방치하면 정신 건강을 크게 해치는 만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울증은 혼자서 고민하고 이겨내려고 하지 말고 한의원이나 병원을 찾아 전문가에게 상담하고 치료받는 것 현명한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