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건강관리 한 정 헌 늘푸른 한의원 원장 기상청은 지난 6월 23일 발표한 ‘2006년 여름철 예보’를 통해 6월 전반에는 일시적인 고온현상을 보일 때가 있겠고 장마는 6월 중순 후반부터 시작해 7월 중순 후반에는 점차 장마전선의 영향에서 벗어나겠으나 장마 후에도 대기 불안정에 의한 국지성 호우 발생 가능성이 높겠다고 예보했습니다. 초여름 더위, 이른 장마라니 올 여름은 시작부터 만만치 않을 듯합니다. 어느 계절에나 항상 건강관리에 주의해야하지만 장마철은 조금만 부주의 하면 건강을 해치기 쉬운 계절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우리의 계절을 봄, 여름, 가을, 겨울과 함께 장하(장마철)를 포함하여 다섯 시기로 구분하였습니다. 음양오행 사상의 오행의 틀로 계절을 이해하려는 흔적이라 볼 수도 있지만 장마철은 여름과는 다른 또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름의 열기(熱氣)와 함께 습기(濕氣)가 작용하는 계절로 그 시기에 맞는 건강법도 순수한 여름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건강이란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삶인데 이것은 농경사회였던 당시의 사회경제적인 상황과 자연관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현대에 들어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생산에 있어서 자연의 제약과 영향은 많이 벗어났지만 건강에 있어서 자연의 변화, 즉 기후의 변화가 인간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여름은 양기가 충만한 계절로서 식물들은 성장이 극에 다다르고 동물들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입니다. 사람의 몸도 여름이 되면 인체의 양기는 바깥으로 뻗어 나와 열이 나고, 속은 양기가 허(虛)하게 됩니다. 여기에 더하여 장마철에는 비가 많이 와서 습합니다. 습기 가득한 장마철에는 사지를 움직이기도 귀찮을 정도로 몸이 무겁고 나른해지며 심하면 관절통증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는 맑은 날 기압과 평형을 이루고 있던 관절 내부의 압력이 습도와 온도의 변화에 따라 그 균형이 깨지면서 관절염증 부위에 부종이 심해지고 서늘한 기온이 체온을 저하시켜 관절 주위와 근육들을 뭉치게 해서 통증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또한 괜히 짜증이 나고 우울해질 수 있으며 소화기 장애를 일으켜 식욕감퇴, 소화불량, 배탈을 일으키기도 하며 체액의 흐름에도 문제가 생겨 몸이 붓게 되고, 여성은 대하가 심해지며 습진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선 습사(濕邪-습기의 나쁜 기운)를 이 같은 증상의 원인으로 인식합니다. 습사(濕邪)는 무겁고 탁한 성질이 있어 인체에 침범하면 기혈순환에 지장을 주어 몸을 무겁고 차게 만들며 여러 가지 통증과 질병을 일으키게 됩니다. 따라서 장마철 건강을 위해서는 몸속의 부족한 양기를 해치지 않게 해야 하며, 적당히 땀을 흘려주어 몸의 습기를 제거해주어야 합니다. 장마철에는 건강을 위해 솔잎차, 창출차, 매실차, 쑥차, 인삼차, 녹차 등 거습(去濕)효과가 있는 약제나 한방차를 복용하면 좋은데 이들은 우리 몸의 습사(濕邪)를 배출하고 소화를 돕는 대표적 한방차입니다. 솔잎과 녹차의 타닌 성분은 수렴작용이 있어 습한 기운을 제거하고 설사를 멎게 하는데 특히 솔잎의 피닌, 캄펜 등 방향성 성분은 신경을 안정시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므로 신선한 생솔잎을 물에 넣고 끓여 마시면 장마철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창출은 위장관의 효소 분비를 촉진시키고 장의 긴장을 풀어 경련과 통증을 가라앉히는 대표적인 거습(去濕) 약재로서 창출과 말린 생강을 각각 15ｇ씩 넣고 달여 마시거나, 또는 창출 3~5ｇ을 물 1ℓ에 넣고 끓여 보리차처럼 마셔도 좋습니다. 예로부터 새로 이사를 하거나 긴 장마 후에는 말린 창출에 불을 지펴 집에다 연기를 두세 시간씩 쐬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장마철 신경통의 관리를 위해서는 허리, 무릎 등 아픈 부위에 쑥뜸을 떠 체내의 습한 기운을 몰아낼 수 있으며 콩을 절인 식초를 냉수에 3∼4 티스푼씩 타서 마시거나 율무가 많이 들어있는 미숫가루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두충나무, 엄나무, 오갈피나무의 줄기 껍질을 벗겨서 잘 말린 후 사용하거나 속단, 쇠무릎풀의 뿌리를 잘 씻어 말린 것을 술에 1∼2시간 담가둔 다음 볶아서 약용차로 끓여 마시면 도움을 주는데, 하루 복용량은 최대 40g을 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장마철 신경통은 대개 기상직후 심했다가 몸을 움직이고 나면 완화되는 것이 특징이므로 맨손체조나 더운 물 마사지 등도 효과적일 수 있는데 다만 땀을 흘린 뒤에는 바로 습기를 제거해야 하고 저녁에 목욕을 하더라도 몸을 완전히 말린 뒤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덥다고 차가운 음식이나 맥주 등을 많이 먹고 마시다 보면 이로 인한 찬 기운까지 더해져 몸에 더욱 습이 쌓이게 되므로 삼가야 하며 적절한 보양식을 섭취하는 것은 장마철 건강유지에 좋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