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 한 정 헌/늘푸른 한의원 원장 2004년의 달력도 어느덧 6월입니다. 올해는 짧은 장마 뒤에 10년만의 무더위가 찾아 온다합니다. 적절한 생활관리로 건강한 여름나기를 준비해야 하는 때입니다. 이번 호에는 여성을 괴롭히는 또 하나의 질환인 대하(냉)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대하란 여성 성기의 분비물을 총칭하는 것으로 성기 분비물이 질구 외부까지 흘러나와 외음부가 축축해지는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대하는 생리적인 것과 병적(病的)인 것으로 나누어집니다. 생리적인 대하는 자궁점막, 자궁경관, 질 등에서 분비되는 것인데, 월경과 배란기에는 냉이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것은 무색 투명하고 비교적 물기가 많은 것이 특징이며, 음도(陰道)를 윤택하게 하고 아울러 사기(邪氣 : 세균 등)의 침습을 막아주는 여성 생식기의 파수꾼 역할을 합니다. 병리적인 대하는 양이 뚜렷하게 증가하며, 밖으로 끊임없이 흘러나올 뿐 아니라 그 질이 뻑뻑하고 냄새가 나며 색깔에도 이상이 생기는 것을 말하는데 임상에서는 주로 백대(白帶)와 황대(黃帶), 적백대(赤白帶)의 모습으로 주로 나타납니다. 병리적 대하의 원인은 곰팡이 종류인 칸디다나 원충류인 트리코모나서 등의 병원체가 질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으며, 임질균에 의한 질염, 대장균, 포도상구균과 같은 세균이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피임기구나 피임약제 등 기계적, 화학적 자극에 의한 질염이 원인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자궁암이나 외음부암과 같은 악성질병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대하도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기능성대하라 하여 일반적으로 성기 분비물의 생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난소의 내분비 기능장애에 기인하거나 자궁후굴의 경우에 초래되는 울혈성 대하처럼 대하의 성상에는 변화가 없고 다만 양만 증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대하는 종대맥이하(從帶脈而下)라 하여 여성 성기의 분비물을 칭하는 것으로 대하(帶下)라는 명칭은 《內經》의 《黃帝內經素問骨空論》에서 최초로 나옵니다. 여성은 청춘기에 접어들면 생리적으로 신기(腎氣)와 비기(脾氣)가 왕성해지며, 임맥(任脈)이 잘 통하고 대맥(帶脈)이 견고해짐에 따라 질 내로부터 소량의 백색 혹은 무색 투명하고 무취(無臭)한 점액성 액체가 나오게 되는데 이것이 생리적인 대하인 것입니다. 대개 대하증으로 한의원을 찾는 환자들은 산부인과를 거쳐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인 산부인과의 치료에 의해 일시 호전과 재발을 반복한 후 한의원을 찾게되는 것입니다. 한의학에서는 대불이습(帶不離濕)이라 하여 대하병의 원인이 비허(脾虛), 신허(腎虛), 간울(肝鬱)과 습독(濕毒) 등이 대표적이나 병리상으로 대부분 습(濕)과 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하는 원인에 따라 양상이 다른데 간기(肝氣)가 상하면 백색 대하가 되고 심기(心氣)가 상하면 적색 대하, 폐기(肺氣)가 상하면 청색 대하, 비기(脾氣)가 상하면 황색 대하, 신기(腎氣)가 상하면 흑색 대하가 되며 오색이 같이 혼재된 대하를 오색대하라고 합니다. 이와 같이 대하의 색마다 발병원인이 다르고 각각의 특징이 있으므로 색을 변별하고 전신의 증상을 고려하여 원인을 진단하고 치료법을 정하게 됩니다. 비허(脾虛)로 인한 대하는 일반적으로 백색대하가 많은데 건비익기(健脾益氣), 승양제습법(升陽除濕法)을 써야 하며 주로 완대탕(完帶湯)을 중심처방으로 하여 가감 사용합니다. 신허(腎虛)로 인한 대하는 백색을 띠며 맑고 차며 양은 많고 성기며 종일 지속되는 것이 특징으로 온신배원(溫腎培元), 고삽지대법(固澁止帶法)을 써야 하므로 내보환가감(內補丸加減)이나 팔미환 등을 씁니다. 간경습열(肝經濕熱)로 인한 대하는 황색대하가 그치지 않고 끈적하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누런물 같기도 하고 때로는 혈액이 섞이기도 합니다. 이때는 서간청열이습법(舒肝淸熱利濕法)을 써야 하며, 처방으로 은화사간탕(銀花瀉肝湯)이 대표적입니다. 습독으로 인한 대하의 특징은 대하의 양이 많고 황백색, 황적색을 띠거나 적백색을 띠며 고름이나 두부 찌꺼기처럼 황록색을 띠며 냄새가 고약하고 음부가 가렵고 간혹 종통(腫痛)이 있는데 청열해독(淸熱解毒), 제습지대법(除濕止帶法)을 쓰는데 처방으로 지대방(止帶方)에 가감 사용합니다. 이러한 약물치료와 함께 帶脈, 中極, 足三里 등의 혈자리를 중심으로 한 침구요법과 한약재를 훈증하여 그 김을 쐬는 좌훈요법을 병행하여 치료하게 됩니다. 대하증에는 버터, 사탕과 찹쌀로 만든 식품과 돼지기름, 양고기 등 지나치게 달거나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습사(濕氣)를 가중시키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비(脾)가 허(虛)한 사람, 즉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은 차가운 과일과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삼가야하며 습열하주(濕熱下注) 경향이 뚜렷하여 대하가 심한 경우에는 술과 식초류, 그리고 신맛 나는 음식과 생강, 부추, 후추, 파 등도 금해야 합니다. ■ 뒷물요법 1) 용담초(龍膽草) 25g에 물 1,000ml를 붓고 500ml가 될 때까지 달인다. 달여진 용담초로 질을 여러번 헹구어 준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10일을 1회의 치료주기로 잡는다. 습열(濕熱)이 많은 대하에 적당하다. 2) 고삼 10g 황백 6g 사상자 15g을 함께 넣고 달인다. 적당량의 탕액을 취해 아침 저녁으로 질을 씻어준다. 10일을 1회의 치료주기로 한다. 습(濕)이 많은 대하에 적당하다. 필자연락처 : ☎(02)2247-10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