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束有感 “一元으로 점심을 떼우며” 정 수 영/현 연태 신아목장 기술고문 중국이란 大地가 과연 어떻게 나에게 와닿을까? 배에서 처음 中國땅을 보았을 때 느낌은 궁금함과 무엇인가에 대한 기대와 흥미였다. 청도에서 문등이란 조그마한 도시까지 5시간 남짓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처음으로 느껴온 것은 그 넓은 들과 구릉지에서 시퍼렇게 퍼져 자라고 있는 옥수수였다. 무진장하게 자라고 있는 옥수수. ‘옥수수=낙농’ 이란 등식이 ‘초지=낙농’ 이란 등식의 뉴질랜드와 오버랩 되어 머리에 다가온다. 어린 시절 유난히도 배고팠던 시절. 동전 10전 생기면 중국 호떡집에 달려가 호떡을 사먹었던 시절. 긴 쇠자루 끝에 손바닥만한 쇠판을 붙여서 불 화덕 주변에 밀가루 반죽을 깔아놓고 구워 팔던 그 중국. 빈민들의 고장. 산동성. 유난히도 유민이 많았던 고장. 지금도 결코 잘 살고 있지는 않지만 희망과 부지런함이 곳곳에 엿보여 활기 넘쳐 분주하다. G.N.P 성장률 년 평균 8% 이상. 일인당 소득 1500불 미만. 그러나 국부는 대만,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 중국. 산동 사람은 유난히도 말소리가 커서 서로 대화하는 것이 마치 우리가 보기엔 싸우는 듯 한데 시끄러울 때 쓰는 말 “호떡집에 불났냐?” 그 큰 소리가 집에 불이 붙었으니 얼마나 당황하고 급하였겠는가. 지금도 산동의 그 말소리는 여전히 크다. 씬야무창(신아목장) 4각의 높다란 벽돌담 속에 마치 우리나라의 어느 형무소의 형태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한 배치. 계류식 우사 5개 동. 개방식 2개 동. 독우사 창고. 12×2의 헤링본 파라 1동 등. 성우 500두. 처녀, 육성우, 독우 합쳐 820여두의 산동성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목장이다. 2002년 8월 한국낙농가의 산동 프로젝트 후보지 답사를 끝내고 귀국 길에 오르려는데 느닷없이 이 목장 인수에 참고코져 한다면서 목장을 살펴보고 10년 치 사업계획을 해 달란다. 왕지해란 욕심 있어 보이나 좋은 인상을 주는 문등, 붕정 식품 사장의 요청이다. 귀국도 미룬 채 이틀 밤을 새워 5년 치 계획을 세워주면서 3년 후엔 재미를 볼테니 눈 딱 감고 인수하라고 권유하고 귀국했는데. 지금도 궁금한 것은 연태시(산동에서 세 번째 큰 도시) 도시 개발에 밀려 이 곳으로 이전해 나오면서 왜 이렇게 지었을까 하는 것이다. 다두사육에 대한 대안은 찾아보기 힘들뿐더러 작물포나 초지는 더더욱 없다. 현대식 낙농경영의 노하우가 없어서였을까? 인건비 싼 나라니 우리식대로 해도 된다 에서였을까. 그 해 11월 1일 이 목장의 기술고문으로 새 삶을 시작하면서 나도 퍽이나 역마살이 낀 놈이로구나 스스로 쓴웃음을 짓는다. 나이 70에 이제 중국에 와서 무얼 하겠다고. 그러나 이번은 명분이 다르지 않은가. 한국 낙농가를 산동에 뿌리내리게 하여 그들이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해주어야 하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리라. 젊어선 평택 한뉴낙농시범목장을 세우고 한국낙농(현 매일유업)의 낙농가 조성 및 지도에 젊음을 살렀다. 중년엔 전남 영암의 서광목장. 그 황량한 첩첩 산을 얼마나 고생스럽게 일구어 목장을 만들었던가. 노년인 지금 중국에서 이제 마지막 남은 여생을 마무리지어 보리라. 주변 그리고 가족들의 만류도 있었지만. 中國에서의 생활이 일년하고도 2개월이 지났다. 연태 목장 젖소의 체형은 보기에 상당히 좋아 보인다. 북경의 젖소 센타에서 계속적으로 우량 종모의 피를 받아 벌써 몇 대 째 능력을 개량해 오면서 외모, 능력 면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았다는데 비유능력에선 아직도 우리에게 상당히 뒤지는 것 같다. 조사료 사정 때문이란다. 이들에게 우리나라와 같은 수준의 양질의 조사료를 기초로 한 균형된 사료(T.M.R 등)를 먹인다면 과연 8000~9000kg 의 우유가 나올까? 북경 젖소 센타의 기술능력은 상당한 수준으로, 부소장 장생리 박사와의 대화에서 이해가 간다. “씨앗은 좋은데 밭이 거름을 못 받으니 열매가 어찌 실하겠는가” 연태 목장 사람들의 놀라움은 부지런함이다. 목장이란 다 그렇지만 특히 이들은 그 방대한 물량을 다 손으로 처리하여만 되기 때문이다. 주먹만한 만두(밀가루빵)나 포즈(고기,야채만두) 2개. 1원으로 한 때 요기를 때운다. 나도 가끔 그랬지만 그것에 만족하고 똥, 먼지, 냄새 가리지 않고 종일 일한다. 물론 작업시간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한다. 그간 연태목장 사람들에게 내가 안겨준 가장 큰 보람은 그 흔한 옥수수를 영양이 그대로 살아있는 조사료로 만들어 젖소에게 주면 그 효과가 마른 옥수수를 썰어주는 것보다 , 그리고 마른 고구마 줄기 가루보다 훨씬 좋다는 것을 일깨워줬다는 것. 그리고 농후사료와 조사료를 균형 있게 혼합하여 비유단계별로 급여하면 젖도 늘고 번식도 잘된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기계의 힘을 빌려야지 사람의 힘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여 주었다는 정도일 것이다. “우리식대로 해도 젖은 나온다” “새끼도 난다” 라는 그들의 고정관념을 깨는데 무려 일년 이상의 노력이 들었다. 이들은 어찌 보면 조사료에 대한 중요성이 전혀 정립되어 있지 않은 듯 했다. 그 크다는 연태목장에서 조차 옥수수 싸이레지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 지상에 그냥 썰어 쌓았기 때문에 진압이 안 돼 상당부분 변패되었는데도 그것을 그대로 고구마줄기 마른 것과 섞어 주고 있었다. 그나마 그것도 12월 초가 되니까 동이 났다. 주변 농가에서도 겨울 조사료는 옥수수 수확 후 줄기, 잎 마른 것 썰어 주는 정도가 전부였다. 산동은 타(他) 성에 비해 황하 하구의 삼각주. 알팔파 재배의 적지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경제성의 문제로 알팔파 농사가 사향화되고 있다. 면화에 밀려 농민이 경작을 기피하고 있단다. 수작업을 하다보니 질은 형편없었지만 그나마 아쉽기 그지없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새끼를 상당수 더 뽑을 것을 h보아 젖도 많이 생산되고 두수도 상당히 늘 것이라고 기술과장은 나에게 귀뜸해 준다. 얼마 전 연초에 왕지해 사장에게 어느 식사 자리에서 질문을 했다. 올해 목장 재미가 어떠했느냐? 대답이 없다. 그래서 나의 추산으론 금년 수지는 현금 경영에선 임대료(축사, 동물 합쳐)를 빼고 나면 70만원 정도 적자지만 자산증가액을 평가 감안한다면 120만원 정도의 흑자요인이 발생하였을 것이라고 했더니, 한동안 있다가 50만원 적자인데 자산의 증가는 그만큼 안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 말하기를 현재 두 당 평균 유량 38근(19kg)을 사료의 질을 개선하여 현재 14600근에서 17000근대로 끌어올리려면 당신은 현금경영에서도 자산증가에서도 엄청난 기대이상의 재미를 볼 것이니 너무 인색치 말고 시설과 사료질 개선에 적극 투자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중국 정부는 우유증산목표를 년 8%로 설정하고 국민의 우유소비량을 현재 8kg에서 2005년에 10kg. 2030년엔 25kg으로 끌어 올려 국민의 체위를 향상시키고 농촌의 소득도 증대시키겠다는 낙농진흥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실제 유업체의 매출 신장은 믿기 어려울 정도다. 내몽고에 위치한 몽우라는 업체는 2001년 8.5억 위안 매출(업계 5위)이던 것이 2003년 말엔 매출 50억(업계 2위). 이리라는 업체는 26.3억(업계 2위)가 2003년 말엔 60억 위안 매출로 업계 1위. 광명, 삼원, 삼록 등 중국 5대 유업체의 매출 신장은 50~100% 이상. 가히 가공할 정도다. 거리의 슈퍼나 구멍가게 앞에 쌓인 유제품을 보면 천차만별이다. 비닐 팩에서 포리 팩, 테트라 팩까지 살균에서 UTH처리까지. 한 봉 60전에서 2원50전까지 엄청나다. 작년 상반기 우유소비량이 전년 동기 비 63.2%가 증가하였다니.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내가 보기엔 중국 농촌엔 돈이 없어 보여 낙농가 조성이 어려워 보이는데 어디서 원유를 확보하여 그렇게 많은 양의 유제품을 쏟아낼까? 산동 농민의 경작지는 고작 5~6무정도(1무=200평). 젖소 한 마리 보통 18000위안 안팎(초임.현시세) 영세한 농촌에선 꿈도 못 꾼다. 농촌에 재산이 있어야 부가 형성되는데 중국 정부는 비전을 내 걸었다. IBRD 낙농 차관이라도 얻어 올 모양인가? 우리나라 1970년대처럼. 하여간 중국 정부의 낙농정책, 농촌 현실, 유제품 소비 신장 등을 살펴보고 있으라면 어리둥절해 질 때가 가끔 있다. 중국의 크고 작은 유업체 1500개. 연태시에만도 6개의 유업체가 있다니. 각설하고 보기와 다른 곳이 중국 아닌가? 그들은 1원으로 한 때를 때울망정 갖고 못 갖음에 연연하지 않는다. 불평 한마디 안 한다. 근면하고 복종심 또한 강하다. 가끔 뉴스에 국내 문제가 아니라 나오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웃나라 중국은 지금 뛰고 날고 있는데 아직 까지도 그 모양이니. 내 나이 탓일까? 작년 말 어렵게 우리의 첫 번째 정착자가 탄생했다. 사료용 옥수수를 모종(보식)하는 양반. 철저한 낙농인, 기술, 자본 그리고 부지런함까지 고루 갖춘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종영 사장(현 낙농육우협회 충남 지회장)이 그 장본인이다. 투자결정 시까지 곡절도 많았고 괴로움도 많았지만 어디 이국 땅에 뿌리내리는 것이 그렇게 쉽겠는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올해는 이사장과 함께 문등에서 새 삶을 시작해야겠다. 중국의 춘절(설날)엔 눈이 많이 내려야 하는데 그 해에 풍년이 든다든데. 작년에도 20여년래 대설이더니. 올해도 벌써 닷새 째 눈이 내리고 있다. 이렇게 눈이 쌓이니 올해 땅 얻는데 또 애먹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