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지난 3월호 동의보감에서는 여자분들이 ‘폐경’이라는 과정을 통해 겪게되는 갱년기의 어려움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이번 달에는 폐경전 여자분의 또 다른 고통인 ‘생리통’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지난 3월호에서 이야기하였지만 누군가 제게 다시 태어나면 어떤 성별로 태어나고 싶냐 묻는다면 저는 잠시의 고민도 없이 남자를 선택할 것입니다. 병역의 의무 등 남자만이 가지고 있는 짐이 있기는 하지만 여자분들이 겪는 생리와 출산의 수고를 생각한다면 기꺼이 남자를 선택하겠다는 것입니다. 여성의 절반은 매달 생리통(生理痛)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생리통은 월경이 시작하기 전이나 진행 도중 혹은 끝난 후 허리나 하복부에 통증을 느끼는 것을 말합니다. 대부분은 월경이 오기 1~2일 전 또는 월경이 오는 첫날에 시작하며 월경을 시작하게 되면 점차로 통증이 없어집니다. 하지만 심한 경우에는 월경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지속되기도 합니다. 생리통의 증세는 대부분 복부통증뿐만 아니라 전신증상까지 동반하게 되는데 유방이 팽창하여 아프거나 속이 메슥거리고, 구토가 나며 허리가 아프고 심하면 하복부까지 아프기도 합니다. 여성에게 월경은 임신과 출산의 권리와 의무를 부여받는 축복받을 일임에도 절반 이상이 월경통을 겪고 이 중 10% 정도는 매달 1~3일 동안 아무 일도 못할 만큼 심한 통증을 호소한다고 하니 축복만으로 느끼기엔 너무 큰 고통일 수 있는 것입니다. 생리통은 기질적 질병 유무에 따라 원발성과 속발성 생리통으로 구분합니다. 원발성 생리통의 특별한 기질적 원인 없이 나타나는 생리통으로 양방에서는 아직 확실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으며 다만 자궁근의 과도한 수축성에 의하여 이차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는 설과 자궁내막과 자궁근층 속의 혈관경련이 원인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따라서 치료에 있어 진통제를 투여하는 정도 이외의 근본 대책이 없습니다. 속발성 생리통은 초경이 지난 후 수년 후 발생되며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증, 자궁 내 피임장치, 골반염, 유산 후 유착 등이 원인이 되어 발생합니다. 일반적으로 원발성 생리통은 진통제로 일정정도 조절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진통제를 먹어도 증세가 진정되지 않을 정도로 심하다던가 생리출혈이 갑자기 눈에 띌 정도로 많아졌다던가 할 때에는, 자궁내 염증 등에 의한 속발성 생리통일 수 있으므로 전문적 진단을 꼭 받아봐야 합니다. 한방에서는 생리통을 전통적으로 통경(痛經) 혹은 경행복통(經行腹痛)이라 하며 그 원인을 크게 네가지로 나누어 치료합니다. 첫째, 기체혈어형(氣滯血瘀型)의 증상은 월경전 1~2일전부터 배, 유방, 가슴옆구리가 불어나는 듯이 아프고 월경색은 검붉으며 덩어리가 있거나 막같이 생긴 덩어리가 있기도 합니다. 대부분 혈괴가 배출되면서 통증이 줄어들며 혀에는 어반(瘀點)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 치료는 활혈화어(活血化瘀 : 피를 활성화시키고 어혈을 제거하는 방법)와 이기(理氣), 행체(行滯)하는 방법으로 기를 움직이게 하고 막힌것을 뚫어 지통(止痛)시키니다. 대표적 처방은 현부이경탕(玄附理經湯)입니다. 둘째, 한습응체형(寒濕凝滯型)의 증상은 월경전이나 월경기에 아랫배가 차고 허리까지 아픈데, 따뜻하게 해주면 통증이 완화되며, 얼굴색이 창백하고 손발이 차고 찬 것을 싫어하고 몸이 아프다 호소합니다. 그 치법은 온산한습(溫散寒濕 : 따뜻하게 해서 차고 습한 것을 풀어주는 방법)을 중심으로 기체활어형의 치료법을 병행합니다. 대표적 처방은 소복축어탕(少腹逐瘀湯)이나 통경탕(通經湯)등 입니다. 셋째, 기혈허약형(氣血虛弱型)의 증상은 월경후나 월경기때 아랫배가 은은하게 아프며 텅 비어서 떨어지는 것 같으며, 누르면 편안하고 문지르면 통증이 완화되며, 안색 창백하며 정신은 흐릿하고 머리 어지럽고 가슴이 뛰기도 합니다. 그 치법은 보혈익기(補血益氣 : 피를 보하고 기를 돋구는 방법)와, 조경지통(調經止痛)의 치법을 사용합니다. 대표적 처방은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이나, 성유탕(聖愈湯)을 사용합니다. 마지막, 간신휴손형(肝腎虧損型)의 증상은 월경후에 아랫배가 은은하게 아프고 월경색이 연하고 질이 멀겋고 허리가 시리고 아프며, 머리가 어지럽고 귀울림증(耳鳴)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소변이 맑고 길게 나오거나 밤에 소변 자주 보게 됩니다. 그 치법은 보신양혈(補腎養血 : 신장을 보하고 양혈하는 방법)과 조간완통(調肝緩痛 : 간을 조절하고 통증을 완화시키는 방법)의 치법을 병행합니다. 대표적 처방은 대영전(大營煎)이나, 소영전(小營煎), 조간탕(調肝湯), 난간전(暖肝煎)등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일반적 통용방으로 당귀작약산(當歸芍藥散)이나, 통경환(通經丸)등을 사용합니다. 약물치료와 함께 지음(至陰), 관원(關元), 삼음교(三陰交) 등의 혈자리에 대한 침치료를 하고, 배가 차가울 경우에는 팔료혈 등에 뜸치료도 병행합니다. 통증이 있을 때에는 아랫배와 허리에 따뜻한 물찜질을 해주고, 찬 음식이나 냉수욕 등은 삼가야 합니다. 가정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약쑥이나 익모초를 물에 달여 복용하여 자궁을 따뜻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돕거나 양쪽 발 안쪽 복숭아 뼈에서 위로 손가락 약 네 마디만큼 올라간 부위에 삼음교라는 혈(穴)자리를 힘껏 누르거나 비벼 강한 자극을 주면 도움이 됩니다. 생리통은 여자라면 누구나 겪게되는 당연한 과정이 아닙니다. 학생들에게는 학업능률, 직장인들에게는 작업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매번 생리마다 찾아오는 생리통을 단순한 진통제로 임시방편을 찾기보다는 가까운 한의원을 찾아야합니다. 한의사선생님들의 정성어린 진료와 치료와 함께 적절한 생활관리를 해나가면 반복적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찾아질 것입니다. 필자연락처 : ☎(02)2247-10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