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민 영 대통령자문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 현재 한국 농업, 우리 농촌은 개방이라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여,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낙농업의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가고 있어, 우리 낙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철저한 대책이 필요한 때 이다. 물론 정부로서도 낙농산업을 확실히 지키고, 낙농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협상에서의 적극적인 노력과 함께 예상되는 피해부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낙농인들의 위기의식이 높아, 참으로 앞날이 걱정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개방은 시대적 흐름이라는 점과 우리의 경제가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적 조건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한·미 FTA도 문제이지만, 현재 추진되고 있는 한·EU FTA, 그리고 앞으로 전개될 한·일, 한·중 등 여러 나라와의 FTA를 생각할 때, 보다 더 높은 차원의 책임이 있는 대응방안의 강구가 필요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 농업, 농촌의 장래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시기이다. 한국에서 농업·농촌은 우리 국민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한 원론적인 물음에 대하여, 우리는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우리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촌사회의 유지를 위하여, 우리가 가꾸어 나가야할 농업, 농촌의 확실한 좌표 설정과 이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중지를 모아야 한다. 우리의 낙농산업이 오늘이 있기까지는 낙농인들의 피땀어린 노력의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정부의 관심과 지원도 크게 기여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본인이 낙농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이다. 한국의 낙농산업, 우유의 역사를 말할 때 서울우유를 생각하지 않고는 논의가 되지 않는다. 그만큼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역사는 한국 낙농의 역사이다. 이제 개방화시대에 일반 유가공 업체들은 국내원유로 제품을 제조하기 보다는 저렴한 수입유제품에 의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 낙농산업이 지속될 수 있느냐 여부는 무엇보다도 낙농인들의 자조의식이고, 생존을 위한 자구적 조직인 협동조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본인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입개방에 대응하려면 낙농인들 입장에서는 생산자조직과 협동조합의 역할을 강조했던 것이고, 낙농진흥회를 논할 때도 생산자 협동조합의 기능과 역할을 강조했던 것이다. 지난 시기 저는 일부 유업체가 집유·검사 과정에서 낙농가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불공정한 행태들을 보고, 당시 농림부가 집유일원화, 검사공영화를 위한 논의를 할 때도 이를 적극적으로 찬성하였던 것이다. 당시 일부 유업체, 낙농가 중에서도 당장의 이익에 급급해서, 전체 낙농산업의 장래를 보지 못하고 행동하는 것을 보고, 분노마저 치밀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오늘의 낙농진흥회도 낙농가와 가공업체 사이에서 정부는 조정적 기능을 적극적으로 수행했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함으로서, 낙농산업이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빠지게 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낙농진흥회의 설립과정에서 원칙에 충실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결국 낙농산업계 모두에게 이로움을 주지 못하는 기구로 전락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집유일원화, 검사공영화 등 낙농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책이 정부의 오류로 유업체는 유업체대로, 특히 협동조합 생산자 중심으로 나아가야 할 일들이 우왕좌왕 하게 된 원인이 아닌가 한다. 생산자적 견지에서 서울우유협동조합이 브랜드가치나, 전체 한국낙농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면에서, 앞으로 수행해야 할 그 역할면에서 과소평가 해서는 안된다. 정부도 서울우유협동조합이라는 조직체를 이 나라의 낙농산업의 미래와 낙농가들의 권익을 위해서 결과적으로 소비자를 위해서 더욱 육성해야 한다. 과거 수도권 중심으로 성장한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조합원의 숫자가 크게 급감하였지만, 현재 지방에 분포되어 있는 군소 낙농협동조합들이 가능한 빠른 시간내에 하나로 통합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본다. 덴마크와 스웨덴이 결국 하나의 낙농협동조합체제로 통합되어 발전해나간 것처럼, 8,000여 낙농가의 연간 220만톤 정도의 생산량 규모의 우리나라도 협동조합의 단일체제로 변환하여 조합원들의 경영합리화(착유우 50두 사육규모에서 80두~100두 규모로)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또 각 낙농협동조합에서 생산되는 모든 우유는 그 판매라인을 서울우유로 통합, 운영한다면 모두가 이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너도나도 경제사업하고 음료가공판매 사업 하겠다면, 결국 조합은 부실화되고 조합원들에게 그 부담이 전가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낙농가의 운명은 정부가 책임질 수 없다. 정부가 책임지도록 하려면 생산자들이 단합해야 한다. 8,000여 낙농가들은 생존권적 측면에서 정부의 정책이 수립되어, 집행단계에서 반대하고 비판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정책의 수요자 입장에서 정책을 개발, 연구, 제안하고 노력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동안 여러 가지 어려운 조건에서 우리나라 낙농산업이 이토록 발전하게 된 것은 낙농육우협회라는 강력한 조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조직이 힘을 받게 된데는 선진 낙농가들의 참여와 헌신적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더욱 생산자단체들의 자조적 역량이 강화되어야만 바람직한 농정이 실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농업정책의 수준은 농민단체의 수준에 비례한다. 농림부의 정책들이 좀 부족하더라도 정책의 이해당사자인 낙농가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의지가 강렬해야 한다. 정부에 필요한 정책을 제안하고 검증하고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이 키우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조직원인 낙농인의 권익대변을 위한 정치적 활동과 그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한 교육, 조사, 연구를 수행하며, 그리고 협동조합은 경제사업을 수행하는 등, 협회와 협동조합이 수레의 양 바퀴가 돌아가듯 균형을 이뤄야 낙농산업이 발전할 것이다. 이제는 낙농관련 협동조합은 낙농협동조합연합회로 통합되어, 규모화하고, 전문화되어야 한다. 협동조합은 협동조합대로 할 일이 있고 생산자단체 역시 마찬가지다. 품목별로 하나의 연대체제로 나아가야 한다. 협동조합의 개혁 없이 한국농업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이제 협동조합이 돈 장사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농민들은 돈이 필요해도 담보가 없어서 빌리지 못하고 있는 부채의 늪에서 고민하고 있는 현실이다. 농민들이 시장경제에서 거래교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은 경제사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존재 의미가 있다. 지난해 덴마크의 농민단체 조직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덴마크의 모든 농민, 농촌관련조직은 덴마크 농업회의소(Danish Agricultural Counsel ; DAC)로 단일화 되어 있었다. 그 동안 우리나라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다른 나라의 농업회의소와 같은 기능과 역할을 할 기구의 설립을 논의는 하고 있지만, 논의만 무성할 뿐, 여전히 수 많은 조직들이 개별 분산적이다. 이미 우리의 낙농 기술은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결국 농업정책이 기술수준을 뒷받침해주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농림부의 정책도 이제 생산보다는 마케팅에 주안점을 두고 정책을 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직접 마케팅에 앞장 설 수는 없다. 이 부분은 협동조합이 담당해야 할 일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내 사막에서 국민들이 마실 우유를 직접 생산하겠다며 낙농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점을 착안해 볼 때, 결국 우리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이스라엘, 그리고 네덜란드보다 낙농조건이 결코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우리 낙농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술수준에 상응한 정책이 병행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개방화 시대, 시장에서 승패가 결정되는 무한경쟁시대에 결국 자신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려 하는 자조조직인 협동조합만이 낙농가의 미래를 책임지고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개방은 불가피하지만, 다른 나라처럼 낙농산업을 국가보호산업으로 인정해서 육성하려는 정부의 정책의지도 필요하다. 앞으로 우리 낙농산업이 일정한 규모를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낙농육우협회가 더욱 힘써줘야 할 것이다. 제 2기 농어업특위에서는 농업·농촌의 지속적 유지와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농정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한국농업의 미래를 국민과 함께 새롭게 인식하고, 가꾸어 나가는 농정의 틀을 혁신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지난해 농업·농촌 기본법개정 방향을 의결한 바 있다. 대내외적 여건변화와 농업, 농촌의 다원적 기능, 식품산업이 농정의 주요한 분야가 될 수 있도록, 기본법의 명칭도 [식품·농업·농촌 기본법]으로 바꾸도록 하여, 현재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이의 연장선에서 올해는 올바른 「식생활교육기본법」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국민건강차원에서 식생활교육 관련법을 만들어 유해식품관련 규제와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도모하는 다양한 식생활교육을 실시하고,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식생활에 대한 지도와 교육은 모든 선진국들의 공통된 국가적 정책과제로 채택되고 있다. 또한 새로운 농정여건에 맞춰 농정추진체계의 혁신을 위한 논의도 하고 있다. 오늘 농업, 농촌의 심각한 위기상황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농정조직, 추진체계를 전면적으로 진단하고, 농정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에 인재도 양성해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전통주, 농민주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제도의 정비, 규제의 대폭적 완화 등 정책지원을 위해 관계부처와 각계의 전문가와 지혜를 모으고 있다. 이외에도 농어업특위에서는 협동조합활성화, 농정거버넌스(협치), 농민교육체계의 혁신 등 다양한 정책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과제는 몇몇 전문가나 정치인, 정부의 일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농업의 주체, 이해당사자인 농업인들이 깊은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노력하여야 한다. 자신의 운명은 자신만이 변화시키고, 책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들은 자각해 한다. 매우 어려운 때다. 그렇다고 피해갈 수도 없다. 지혜를 모으고 목표를 향하여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한 시기이다. 희망과 열정을 가진 낙농육우협회 회원 여러분들은 꼭 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내겐 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