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와 광우병 쇠고기 오 덕 화 농민신문사 출판국장 한·미 FTA 협상개시 선언이 있은지 만 1년이 조금 넘었다. 한·미 FTA가 예정대로 올 3월 말 안에 타결될지, 아니면 장기 교착상태로 빠져들지는 예측을 불허한다. 협상타결 시한을 앞두고 갖가지 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미국 측이 새롭게 제기한 쌀문제와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던 쇠고기 문제가 어떻게 결말이 날지가 지금으로선 최대 관심사다. 막바지 협상 분위기로 보아 미국은 쇠고기에 관한한 ‘절대 양보 불가’의 입장이 확고하다. 우리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쌀과 쇠고기 모두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쌀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 결국 미국은 쇠고기라는 실익을 챙기고 우리는 쌀을 건진다는 명분아래 쇠고기를 내주는 빅딜이 이뤄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럴 경우 양축농가는 물론 소비자단체 등으로부터 거센 반발이 예상되고 대선을 앞둔 국내 정치 일정으로 보아 국회의 비준은 차기 정부의 몫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반대로 쌀과 쇠고기의 빅딜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장악한 미 의회에서 비준은 아주 불투명하게 된다. 결국 쇠고기는 한·미 FTA 타결의 핵심이 된 셈이다. 한·미 FTA는 시작에서부터 지금까지 ‘쇠고기 협상’이라고 할 정도로 쇠고기 문제가 첨예하게 부각됐다. 협상개시 전 소위 4대 선결조건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가 들어간 것부터가 조짐이 좋지 않았다. 미국의 광우병 발생으로 지난 2003년 12월에 단행됐던 수입금지 조치가 협상개시 선언을 한달 앞두고 2006년 1월 13일 풀렸다. 미국의 입장에선 공식협상을 통해선 넘기 힘든 광우병의 족쇄를 먼저 풀고 FTA를 통해 한국의 쇠고기 시장을 활짝 열어 제치자는 전략이었을 것이다. 협상을 시작하면서부터 농업분야의 미국의 관심은 쇠고기를 포함한 축산물과 축산가공식품의 시장 확대에 있다는 것을 웬만한 전문가들은 간파를 했다. 정부도 이를 모를리 없었을텐데 시종일관 ‘쌀만은 지키겠다’는 입장만 되풀이 해온 것은 국민을 호도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다. 쌀은 한국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정치적 품목이라는 것은 미국이 너무나 잘 안다. 더구나 쌀 문제는 2005년 쌀 재협상을 통해 미국의 입장에선 얻을 것을 다 얻어 놓은 상태이다. 매년 의무적으로 미국산 쌀을 사주고 있고 이 물량을 제외하면 추가로 더 수출할 여력도 별로 없다. 그러나 협상카드로는 쌀만한 것도 없다. 쌀을 두드리면 축산물 시장은 저절로 열린다. 이런 속내를 감추고 쌀시장의 완전개방을 입에 담는 미국이나, ‘쌀만은 지키겠다’는 우리정부를 보면서 좋게 말해 이심전심(以心傳心)이고 심하게 말하면 짜고 치는 고스톱 판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쌀을 지킨다는 명분을 얻어 축산물 시장을 내주는 농업분야의 협상전략이 결정적으로 차질을 빚게 된 것은 ‘뼛조각 쇠고기’다. 수입이 재개된 미국산 쇠고기에서 뻣조각이 발견돼 전량 반송조치 되면서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시장을 아무리 열어놔도 쇠고기 살 속에 뻣조각이 들어가지 않게 작업을 할 방법이 없다. 이는 KBS에서 방영된 ‘얼굴없는 공포, 광우병’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미국의 쇠고기 생산현장을 취재한 이강택PD의 생생한 증언이 이를 말해준다. “(쇠고기 수출작업장은) 바닥에 피가 흥건히 고여있는 지저분한 곳에서 아주 빠른 속도로 작업이 진행된다. 그런 속도로 작업을 하는데 광우병 감염위험이 높은 부위가 섞이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더구나 기계톱이 사용되기 때문에 쇠고기의 뼛조각이 살코기에 섞이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다.” ‘뼛조각 쇠고기’로 다급해진 것은 미국이고, 곤혹스럽게 된 것은 한국이다. 미국은 4대 선결조건으로 내세워 관철시켰던 광우병 쇠고기의 수출재개와 관세감축 등 시장확대 노력이 한 순간 무력화 돼 한 점의 쇠고기도 한국시장에 내다팔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미정부와 의회 그리고 생산자단체가 전면에 나서 전방위적으로 압력을 넣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죽하면 ‘뼛조각 쇠고기’문제 해결없이 FTA 타결은 없다고 으름장을 놓을까. 우리정부는 FTA 타결을 위해선 어떻게든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데 적당한 명분이 없어 이눈치 저눈치를 보고 있다. 만약 한·미 FTA가 타결된다면 아마도 ‘뼛조각 쇠고기’를 눈감아 주는 고위급 정치적 절충이 이뤄질 것이다. 이때 우리 한육우 사육농가들과 소비자단체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양축농가의 생존권과 국민 모두의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정부가 양보를 한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