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인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으자 윤 주 이 한국농어민신문 편집국장 국내 낙농산업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낙농산업의 원유수급 불균형이 매년 만성적으로 발생하는 가운데 한미 FTA 등 거센 개방 압력이 또 다시 엄습해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국제화·개방화의 세계 흐름 속에서 거스를 수 없는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번은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DDA 협상이 잠정 중단상태에서 농축산업의 핵폭탄과 같은 위력을 지닌 한미 FTA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 FTA는 미국의 일방적인 일정에 진행됨으로써 협상일정이 매우 짧은 등 졸속협상의 우려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강행하려는 것은 한마디로 국내 농축산업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다. 농축산인들이 온 몸을 던져 저항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3차 회의에서 양국이 향후 농업분야의 양허안을 서로 제시한 상태에 있지만 미국이 모든 농축산물의 관세를 10년 안에 철폐하는 완전개방을 요구한 것을 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 결과, 한미 FTA 체결에 따른 우리 농업분야에 미칠 파급영향은 수조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순 연구결과가 아니라 우리의 농축산업의 여건을 볼 때 현실적으로 가능성 있는 추정이다. 다른 품목에 비해 축산업의 피해는 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축산물은 다른 농산물보다 상대적으로 관세가 낮아 추가개방으로 인한 피해가 적다고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축산물소비가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수입개방의 효과를 과소평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축산업은 생산액이 더 늘어날 수 있는 성장 잠재 가능성 있는 품목이지만 한미 FTA로 인한 족쇄에 묶여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축산업 중 대 가축, 특히 낙농업의 피해는 크다. 시유는 부패하기 쉽고 부피가 커서 수입될 수 없기 때문에 수요량을 거의 국내산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해 낙관해선 안 된다. 유제품의 경우 그렇지 않다. 높은 생산비로 국제경쟁력이 매우 낮아 수입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혼합분유는 관세가 36% 철폐되면 잉여원유 집유량에 적용되는 국제기준가격은 26.5% 하락되고, 원유생산량은 약 5% 감소될 전망이다. 생산액도 이에 따라 602억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되며, 원유생산량 감소 폭을 2.5- 7.5%로 가정하면 생산액 감소는 460- 75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낙농업계는 UR 협정결과를 통해 이런 예측피해를 현실적으로 경험하지 않았는가. 전지분유와 탈지분유를 제외한 모든 유제품의 수입이 40% 전후의 관세로 완전 수입 자유화되어 자유화 첫해인 1995년-96년 사이에만 유제품 수입량이 19만6천 톤에서 47만4천 톤으로(원유환산)2.4배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특히 혼합분유의 수입이 급증하면서 유제품의 수입 증가를 주도한 것이다. 유제품의 수입증가는 만성적인 원유수급불균형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원인이 됐다. 결국 많은 낙농가들이 전업, 또는 도산하는 사태를 맞게 된 것이다. 개방화시대 낙농산업의 항구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다시는 이런 현상을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낙농인 모두가 현실문제에 대한 반성의 토대위에 새로운 대응방안을 모색할 것을 당부한다. 물론 정부와 낙농인 모두는 낙농산업의 현안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본다. 문제는 어떻게 해법을 찾느냐이다. 농림부가 지난 2003년 낙농현안을 해결하고자 낙농산업발전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수차례에 걸쳐 회의를 하는 등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였지만 아직 해법을 찾지 못하는 것은 많은 아쉬움을 갖게 한다. 정부가 낙농위원회 설치, 조합별 총량제 실시, 원유거래방식 등 낙농제도 개혁방안을 내놓았지만 많은 세월동안 한국낙농육우협회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이견으로 지지부진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본다. 정부의 고민을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다. 2001 - 04년 사이 3,176억원의 원유수급조절 자금이 투입되었으나 아무 것도 바뀐 것이 없다는 주변의 따가운 지적에 부담을 갖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다고 낙농정책의 수요자인 낙농인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제도를 개선한다는 것은 성공할 수 없다. 오히려 다소 늦더라도 충분히 낙농인들의 현장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는 것이 낙농산업의 항구적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행히 최근 한국낙농육우협회가 낙농제도 개편과 관련, 농림부와 수차례에 걸친 협의를 통해 전국단위 제도개편을 실시한다는 큰 틀을 확인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나서겠다는 것은 고무적인 움직임이다. 이제 단일 쿼터제를 중심으로 국제화시대에 부합하는 낙농제도개혁을 위한 이해당사간의 이견조정이 시급하다. 한국낙농육우협회가 이와 관련, DDA 이후 낙농산업의 과제와 대응방안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는 것은 낙농제도 개선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유업체와 낙농관련 집유조합도 낙농산업의 발전이라는 큰 목표를 갖고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고 자신들의 주장만을 되풀이 할 경우 낙농산업의 미래는 없다. 과거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말자는 얘기다. 낙농인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낙농인 모두가 이를 바탕으로 낙농제도를 개선하고, 우유소비확대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유소비가 정체되어 있다는 것은 낙농산업발전에 한계를 맞고 있다는 증거다. 시유의 대체제의 증가, 출산율 저하, 주 5일제 확대 및 노령인구의 증가 등과 같은 사회 경제적인 요인이 소비를 압박하고 있다. 우유에 대한 올바른 영양교육 및 학교급식과 관련된 불합리한 제도개선을 통해 학교우유 급식비율(2004년 현재 50% 수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성별, 연령계층별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차별화된 시유 및 발효 유제품의 개발과 수입치즈와 경쟁이 가능한 국산치즈 생산을 장려하기 위한 제도개선도 필요하다. 올해는 의무 낙농자조금 도입 원년의 해로 알고 있다. 축산분야 중 가장 먼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임의 자조금 사업에 참여, 성과를 얻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저력을 바탕으로 낙농인 모두가 하나가 되어 의무 자조금 사업이 조기 정착되도록 하자. 낙농문제의 핵심은 소비시장 확대에 있으며, 자조금 사업은 소비확대를 통해 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시한 낙농정책의 국가비전은 ‘소비자에 대해 기초식품인 양질의 우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국민체력 증진, 낙농산업 기반안정 유지 및 발전, 그리고 농촌지역사회의 유지 발전 ’ 등으로 알고 있다. 정부 비롯한 낙농가, 유업체 및 소비자 등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낙농비전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 이는 모두가 상생을 위한 마음을 가질 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