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지 않고 안주하면 그것이 곧 위기! 배 정 식 본회 지도부 차장 지난해 5월 국회에서 낙농대책 토론회 직후 “낙농에 주인이 없다”란 말이 유행했다. 이후 7월말 농림부의 낙발대책시안이 발표되었고, 많은 논란거리들이 등장하였다. 그로부터 꼬박 1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아직 이렇다할 큰 진전이 없어 보이지만 지난 일년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 중심에 협회가 있었다. 지금까지 반대를 위한 일방통행식 투쟁이 아닌 생산자측 대안을 제시하고,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나가고 있다. 그리고 주목할만한 변화도 나타났다. 그동안 진흥회 농가의 직결전환을 중심으로 한 논의에서, 전국단위 제도개편으로의 공감대형성을 도출한 것이다. 학계와 낙농전문가들은 지금이 한국낙농의 위기라고 말한다. 아니 이미 위기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현재 낙농 위기의 본질은 무엇인가다. 또한, 생산주체인 낙농인들이 바라보고 인식하고 있는 위기의식은 어떤 것이며, 과연 꼬여있는 실타래를 풀기 위한 진정한 해법은 없는 것인지, 있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디를 지향해야 하는지, 복잡한 것 같지만 이 범주에서 답을 찾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낙농문제를 외부의 탓이나, 정부의 낙농정책 철학의 부재를 논하기 전에 우리내부의 문제부터 올바로 쳐다봐야 한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사분오열되어 있는 현재의 이중구조속에서는 결국 만시지탄(晩時之歎)으로 끝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농림부가 낙발대책과 관련 농협중앙회 조합장협의회 및 유가공협회 회원사대표들과 잇따라 간담회를 가졌다고 한다. 각자의 입장에서 낙농대책을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가기위해 분주하게 움직였으리라 본다. 소위 잘되면 좋은 것이고, 안되더라도 자신들의 의지를 보임으로써 낙발대책이 결코 순탄(順坦)하게 가지 못하리라는 생각도 했으리라. 과연 이 시점에서 농림부는 어떠 고민을 하고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각 이해주체간 의견이 합치되지 않는다면, 현재대로 그냥 갈 수 밖에 없다는 소리도 들린다. 듣기에 따라 뉘앙스는 다르겠지만 공식석상에서 나온 발언인지라 조금은 성급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일부 전문지에서 “낙발대책 개선안 마련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표현한 걸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정부입장에서 살펴보자. 기본적으로 농림부가 생각하는 것은 낙발대책과 관련 낙농산업의 두 축인 낙농, 유업계가 낙농산업 발전을 위한 공통된 대책방안을 제시하고, 정부로 하여금 이와 수반된 여건마련과 지원책을 요구해 달라는 것일게다. 곱씹어도 맞는 말이다. 이것이 우리가 풀어야할 숙제다. 요사이 낙농제도개혁에 대한 생산자측간의 “조직이기주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고, 유업계는 협회가 제시한 대책안에 대해 무조건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과연 낙농제도개혁이 제대로 흘러갈지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이래서는 잘 될 턱이 있겠는가. 그렇다고 미래 낙농의 꿈을 접을 수는 없다. 농림부는 이와같은 현실속에서 보다 명확한 원칙을 정하고 조정자(調停者) 역할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생산주체인 농가들은 딱히 기댈곳이 없다. 정부의 낙농정책에 대한 불신은 아직도 여전하고, 생산기반유지를 위한 정부의 비전(Vision)을 요구하고 있으나 소위 생산자중심에서 소비자중심으로의 정책전환을 얘기하고 있을 뿐이다. 더욱이 제도개혁과 맞물려 (시유)소비확대를 위한 청사진 제시는커녕 한미fta 등 국제무역환경변화들이 농가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게 작금의 현실이다. 왜 정부의 전업화, 규모화 정책에 따라 목장을 유지해오고 있던 농가들부터 오히려 낙농을 폐업하고 떠나고 있는지 실체(實體)를 들여다보지 못한다면 생산기반붕괴는 점차로 가속화될 것이다. 자 그럼 숙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우선 낙농의 주인인 생산자 내부로 들어가보자. 우리는 낙농제도개혁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외부의 충격에 의해 등 떠밀려 가서는 안된다. 당당히 원유생산주체로서 합치된 의견을 모으고 또 정부에 지원책 마련을 요구해야 한다. 현재 농림부와 협회는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협의결과를 도출하였다. 전국단위 제도개편이라는 틀 속에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포함 집유주체별 실질적인 참여방안을 계속 검토키로 한 것이다. 지난해 농림부대책안이 발표되고, 이에따라 협회내부에서는 대책방안 수립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또 이렇게 가서는 안된다는 절박감 속에 대책안을 만들고 농림부와의 워크샵 및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서 하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환호작약(歡呼雀躍)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이제 농림부는 전국단위 쿼터제 실시를 위해 실질적인 참여방안과 관련 법적, 제도적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 하고 당연히 이는 정부의 몫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생산자측을 대변하고 있는 농협과 협회가 공통된 의견을 끄집어내지 못한다면 ‘글쎄올씨다’이다. 아마 농림부도 낙농제도개혁에 주춤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당연히 이에 대한 피해는 우리 농가들에게로 전이될 것이다. 지금 한국낙농이 어디에 서 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디로 향할 것이냐가 중요한 화두(話頭)다. 우리는 올곧게 현 상황을 똑바로 보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누가 헛소리를 하고 있는지,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주인이 움직이지 않으면 누가 우리를 대변해 줄 수 있겠는가. 결국 낙농, 유업의 상생과 협력을 위해서라도 전국단위 제도개편과 농가의 거래교섭력을 확보할 수 있는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낙농의 꿈이 줄어들면 삶도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