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는 재고되어야 한다 윤 석 원 중앙대 산업과학대 학장 최근(2.1) 정부는 느닷없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노무현 대통령은 남은 임기 2년동안 한미FTA추진에 올인하겠다고 야단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께라더니 해괴한 상황이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 원래 FTA를 맺기 위해서는 두 나라 간에 연구회를 만들어 어느 산업, 어느 품목에 영향을 얼마나 미치는지 연구하고 분석하여 그야말로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꼼꼼히 따져보고 대책도 세우고 이해 관련주체와의 협의 등을 통하여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칠레 FTA도 3년이나 걸렸다. 그러고서도 비준과정에서 엄청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겪었다. 그런데 세계1위의 미국과 FTA를 추진하면서 1년안에 그것도 미국의 협상스케줄에 의하여 끝낸다고 법석이니 기가 찰 노릇이다. 농민은 물론 농림부와도 제대로 상의없이 마구잡이로 진행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아연할 뿐이다. 혹자는 이를 한일합방을 서두른 매국노들의 행태에 비유하기도 한다. 쇄국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개방화시대에 우리 모두 적절히 대응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지만 개방을 넘어 나라의 모든 것을 거대 미국에 종속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한미FTA가 과연 우리경제, 사회, 외교, 국방, 문화 등에 얼마나 이익이 되는지에 대해 노정권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기껏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으로 하여금 나라전체의 고용과 생산성이 3~7%정도 증대할 것이라는 그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숫자 몇 개를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최근(3.15)에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마저도 한·미FTA가 체결되면 경기 동조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그것은 미국의 경제가 충격을 받을 경우 우리경제도 FTA가 없었으면 받지 않아도 될 충격을 받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에 반해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 중 농림업의 경우만 하더라도 피해액이 무려 2조에서 8조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축산업, 그 중에서도 한우산업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UR 이후 가까스로 키워온 우리의 축산업이 위기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서비스 산업분야 즉, 의료, 의약, 유통, 금융, 통신, 법률, 교육, 보험, 환경, 노동 등의 분야에 미치는 효과는 가히 파괴적이어서 경제·사회적 혼란이 불을 보듯 뻔한데 아무런 사전 논의나 대책없이 한미FTA를 서두르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FTA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를 국민들에게 제시하지도,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한·미FTA를 강행하려하는 정부의 자세는 후일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민을 설득하지도, 설득하려는 의지도 없는 것이 문제이다. 더군다나 협상도 하기 전에 미국이 제시한 4가지 조건 즉, 스크린쿼타 축소, 쇠고기수입재개, 자동차 및 의약품수입장벽제거 등을 약속하는 자체가 굴욕적이다. 이 정부가 역사에 어떤 오점을 남기는지는 사실 이 정부의 문제이다. 이러한 불장난으로 입게 될 국가의 혼란과 국민들의 피로감과 사회적비용은 누가 책임지겠는가. 지금에라도 반드시 한·미FTA는 재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