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도 낙농산업 전망

 

본회 부장/김 봉 석

 

시대의 급속한 변화 속에 낙농산업의 변화도 멈출 줄 모르고 계속 변모해 간다. 값싼 외국산 유제품들의 국내시장 잠식,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는 상황 하에서 낙농가의 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작년 한해 우리 낙농산업은 장기화된 원유수급불균형으로 인한 극심한 불황 속에 착유우 3만두 도태, 강제감산 및 폐업정책 등과 더불어 우유사랑대축제 등 갖가지 소비홍보를 실시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점은 찾지 못한 채, 축산업등록제 실시, WTO·DDA협상, 한·칠레 FTA, 혼합분유 수입 증가, 우유소비 감소 등 앞으로 낙농산업이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한 가운데 2004년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원유수급상황은 2만톤을 육박하던 분유재고량은 이제 많이 호전되어 지난 12월 10일 현재 7천9백여 톤으로 줄어들었고 앞으로도 점점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분유재고가 감소한다고 해서 낙농업과 또한 낙농가의 고통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잉여원유차등가격제와 생산제한조치가 낙농가를 옥죄이고 있으며, 항간에 우유가 부족하다는 여론이 돌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주춤했던 혼합분유 수입을 재개할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우유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정확한 통계자료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은 실로 엄청나다할 것이다. 최근 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2003년 3/4분기 축산관측에 따르면, 9월 젖소 사육두수는 전년 동기보다 3.1%(1만 7천두) 감소한 52만 6천두였고, 가임암소 두수는 2.4%(9천두) 감소한 36만 2천두였다. 사육호수 또한 전년동기보다 1천2백호가 감소한 1만 8백호를 유지하고 있어 2004년도 사육두수나 사육호수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원유생산량이 다소 감소하거나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올해는 그동안 우유과잉생산의 이유로 낙농가들에게 제재하던 각종 규제들을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하겠다. 낙농가들이 우유수급불균형으로 인한 각종 제재로 우유를 길거리에 버리는 가운데에서도 유업체의 낙농진흥회와의 공급계약량은 감소되었고, 용도별차등제에 의한 유업체 지원, 혼합분유 수입지속 등으로 유업체들은 전에 없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낙농가를 옥죄는 잉여원유차등가격제는 계속 시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낙농가들은 정부정책, 낙농진흥회, 유업체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만 가고 있다. 어느 한쪽만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절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우유라는 공통분모를 두고 정부, 낙농진흥회, 유업체, 낙농가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며 획기적인 대비책(정책)이 강구되고 시행되지 않는 한 앞으로의 낙농산업 불황이 계속되고 위축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축산업등록제가 친환경축산이라는 명분아래 지난 12월 27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하고자 공청회와 지역설명회를 개최하였으나 축산농가들의 원천봉쇄로 무산된 바 있다. 특히, 낙농가들은 2005년을 2010년까지 유예하여 줄 것을 강력히 주장하였으나 젖소의 경우 축사면적을 100㎡(약10두)에서 300㎡이상(약30두)으로 약간 완화한 등록제를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낙농가의 71% 이상이 등록대상이 되는 것이다. 무허사축사의 경우 양성화하지는 않아도 등록대상에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축산업등록제가 타법에 우선하지는 않으므로 무허가축사의 경우 건축법 등에 의해 제재가 가능한 상태여서 이를 해결하지 않는 한 많은 문제점이 유발될 수밖에 없다고 여겨진다.
원유감산정책에 따른 정상적인 생산활동 부재와 정상유대를 받지 못하는 상황 하에서, 2년 이내에 축산업등록제가 요구하는 의무사항인 가축두당 최소사육면적 확보와 시설, 장비 기준을 갖추라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처사라는 것이 낙농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또한 등록을 하지 않는 농가는 모든 정책사업의 수혜대상에서 제외될 뿐만 아니라 위반시 5백만원 이하의 과태료, 미등록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되어 낙농가에게 있어서는 많은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축산업등록제는 이미 가축전염병예방법과 오분법에 의해 제재를 받고 있어 이는 이중제재라는 지적들이 많다.
축산업등록제를 충분한 준비기간도 없이 무리하게 도입한다면 중소농가의 도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대다수의 낙농가를 범법자로 만들 여지가 많다. 따라서 낙농가들은 등록제를 전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인 2010년까지 유예를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충분한 논의 후 시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03년 10월 원유수급불균형 등 낙농산업 전반의 중장기대책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 낙농가, 낙농단체, 학계, 소비자단체 등 16명으로 구성된 낙농산업발전대책협의회(이하 협의회)를 발족시켰다. 이 협의회에서는 원유의 수급안정방안, 수요확대방안, 낙농산업의 경쟁력 제고방안과 수급조절을 위해 설립한 낙농진흥회가 집유량 감소로 인한 낙농진흥회의 진로에 대한 재검토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의 경우 WTO협상에 따라 자국의 낙농업을 지키고 낙농가를 보호하고자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원유자급률을 당시 71%에서 75%로 올리고 연간 원유생산량도 1.5% 신장을 목표로 하는 낙농육우근대화 기본방침을 정부차원에서 발표하였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우선 원유자급률의 목표를 설정하고 낙농가 소득보장과 생산자지원대책, 소비확대정책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낙농가 역시 낙농경영목표를 수립하고 합리적인 시설투자와 사양관리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낙농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협의회에 시선이 집중되어 있다. 그만큼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이전의 정책들처럼 조령모개식이 아닌 장기적이며 신중한 낙농산업의 청사진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올 2004년에는 앞서 언급한 것 이외에도 원유쿼터제, 시장기능에 의한 원유가격 조정, 원유가격 생산비 조서, 조사료 확보와 수입조사료쿼터 확대, 우유소비증대를 위한 유제품 개발, 학교급식 및 군급식용량 확대, 우유홍보방안 마련 등등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다가올 DDA협정, FTA체결(안)이 논의되고 있다. 낙농산업이 현재와 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UR협상 당시 수입유제품에 대한 수입억제책 마련에 실패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DDA협상시는 충분한 대비책을 강구하여 국경보호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관련기관, 단체는 낙농산업의 중장기대책 마련에 있어서 탁상공론으로 그치지 말고 진정 낙농산업 발전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올바른 발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일선 낙농가들 역시 내가 아닌 남이 해결하여 줄 것을 바라거나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내가 해결한다”는 참여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앞장서야 만이 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