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두려워 해야 할 것은 두려움 자체입니다 이 승 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 어느덧 우리 앞에 1년의 시간이 흘러갑니다.

올 한 해동안 대내외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현장을 지키며 변함없이 협회를 향해 관심과 성원을 보내오신 낙농육우인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힘들었던 무자년(戊子年) 한 해였습니다. 전 세계적 경제위기로 인한 시장의 불안감이 좀처럼 사그러들 줄 모르기에 그렇다지만, 이러한 문제들을 제외하고도 우리 농가들에게 있어 올 한해는 충분히 고되고도 위태로운 시간들이었습니다. 누구나 아시듯 지난 여름은 우리 낙농인들에게 너무도 무더운 계절이었습니다.

원유가현실화를 위해 지난 6월 17일 여의도공원에서 전국낙농인 총궐기대회의 개최로 시작된 우리들의 싸움은 단식장에서의 소리없는 투쟁과 더불어, 수차에 걸친 관련소위원회 협상과정에서의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식 밖의 사태를 두고 전국적인 납유거부 사태 직전까지 이를 정도로 기진맥진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의 생존과 낙농산업을 지키려는 강한 열의를 확인한 역사였으며, 과거 2004년 8.16 투쟁에 이어 다시금 우리농가가 하나로 뭉친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한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저 개인적으로는 대회이후 19일간의 단식농성 동안, 여러 낙농육우 농가들과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의미있는 투쟁을 벌여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토록 어렵사리 이뤄진 원유가 인상에도 정부의 입장제기로 잉여원유차등가격제, 원유가격의 산정과 관련한 문제 등 과제들의 가짓수만 늘었고 사료값의 폭등과 송아지값의 폭락 등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악재들은 농가들의 도산을 채근하고 있습니다. 갈길이 멀기만 한데 일부러 우회로만 골라서 가는 듯 해 답답하기 그지 없습니다.

우리는 이처럼 많은 문제들이 얽히고 힌 가운데 낙농을 하고 있습니다. 일부현안들은 생산비 절감을 위한 정책추진과 더불어 환율안정과 금융위기의 진정된다면 안정화 될 수 있습니다. 잘 아시듯 원유수급의 불안정은 언제나 거의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낙농인들에게는 염원이자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숙제가 있습니다. 생산자를 위한 대책마련이 그 중심이 되는 낙농제도개편의 실현을 위해 우리는 앞으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합니다. 최근 정부는 진흥회의 잉여원유차등가격제 문제, 원유가격산정체계, 원유기본가격 연동제 등 각 사안별로 대책회의를 통해 낙농제도개편을 슬며시 미루려 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 모든 문제들은 낙농제도개편이란 근본적 큰 범주 내에서 깊이있게 논의되어야 할 것들입니다.

협회는 이러한 인식하에 끊임없이 모든 주체와의 실질적인 논의를 이뤄낼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나갈 것입니다. 친애하는 낙농육우인 여러분. 목장경영 상태는 나아질 줄 모르고 게다가 극심한 경제불황에 이웃농가들의 폐업소식까지 들리니, 도무지 한치 앞 감을 잡기도 어려운 우리 낙농육우산업의 미래가 두려우십니까? 단지 우리가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두려움 그 자체일 뿐입니다. 두려움이야말로 퇴보를 전진으로 변화시키는데 들이는 노력을 주저하게 하는 존재입니다.

그 이름도 없고 합리적이지도 않으며 정당화될 수 없는 존재를 우리는 떨쳐내야만 합니다. 우리는 위기위기마다 힘을 합쳐 승리를 일궈냈습니다. 저는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도 협회를 향한 낙농육우인 여러분 모두의 끊임없는 지지와 성원으로 극복해낼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두려움의 종으로 사는 사람은 절대 스스로의 주인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바로 낙농육우산업의 주인입니다.

낙농육우인 여러분. 올 한해도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현장에서 묵묵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져물어가는 무자년, 마무리 잘 하시고 소의 해 기축년(己丑年)에는 조금은 밝은 모습으로 더욱 힘차게 도약을 하는 한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