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살리고 사람도 살리는 농축산업을!

 

김 성 훈

상지대학교 총장 (前 농림부 장관)

 

21세기 세계인의 화두는 지속가능한 발전, 즉 Sustainable Development이다. 경제도 살고 환경생태계도 살고 사람도 살리는 조화롭고 균형 잡힌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발전이다. 환경적으로 사회경제적으로 지탱이 가능한 사회를 지향한다. 친환경적인 농ㆍ림ㆍ축산업이 그 전형적인 대안이다. 19~20세기 산업화 개발주의 시대의 GNI(국민총소득) 또는 GDP(국내총생산) 등 거시경제지표는 환경과 경제가 조화를 이루어 발전해야 하는 21세기에는 더 이상 유용한 정책수단이 아니다. 그 대신 국민의 ‘삶의 질(quality of life)’ 향상이 국정의 주요 지표로 등장하고 있다. 아무리 국내총생산 성장지표가 높더라도 의식주를 구성하는 환경생태계가 파괴되고, 공동체 지역사회 개념이 무너져 내리면 삶의 질은 오히려 더 나빠진다는 현실에 주목한 것이다.

지속가능성 위협하는 세계경제

20세기 후반부터 지구는 경제개발의 진전과 더불어 범세계적으로 자원고갈현상이 심화되고 환경생태계의 균형이 급속히 무너지며 각종 이상(異常) 질병과 이상(異常)기후 현상이 상습화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석유, 식량, 원자재 등 각종 자원은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요인으로 고가현상이 장기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원민족주의, 즉 자원의 무기화 경향이 자원수출국 사이에서 보편화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두 세기에 걸쳐 전 지구적으로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추구해 온 개발과 건설, 무역주도 정책들이 일견하여 각종 경제지표를 높이는데 기여하는 것 같으나, 현실에 있어서는 인간을 비롯, 지구  생명체들이 숨쉬는 공기, 마실 물, 먹는 음식 등 생명의 지속가능성이 위협 당하는 등 그야말로 삶의 질이 악화일로에 있다. 반면 선후진 각국들이 맹렬한 속도로 도시화, 산업화, 개발일방주의 정책을 추구한 결과 쓰레기와 오염물질, 온실가스(CO2, SO2 등)의 무절제한 배출 등으로 지구촌 자연생태계에 균형이 무너져 내렸다. 그 업보는 다름 아닌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 현상이다. 오존층의 파괴, 이상 난동과 지구촌의 이변, 빈번한 자연재해 발생이 상시화되고 있다.

자연생태계 균형 급속히 무너져

실제 우리 주변에서 자연계의 변화현상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강원도 북단 인제와 양구에서는 이제 사과와 배 복숭아가 과거 대구 나주 영산포의 명성이 무색하게 잘 자라고 있다. 축산분야에 있어서도 동불복지(animal welfare)를 도외시한 경제성 위주의 사육방법과 이상 사료급여로 각종 새 질병들이 범람하고 있다. 구제역, 광우병, O157, 돈콜레라, AI조류독감 등의 현상이 다발하고 있다.
인간의 탐욕이 환경생태계와 인류사회 공동체를 파괴하고 각종 오염과 질병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잘못된 개발행위가 진행될수록 자원은 고갈되고 화석연료(석유)는 바닥나며 식량과 축산물 증산은 멈추기 시작한다. 탐욕, 이윤, 상업주의 일변도가 몰고 온 종착점이다. 인간의 탐욕행위가 아토피, 비염, 당뇨, 뇌졸중 그리고 미친소병을 불러들이지 않았다고 우겨도 좋다. 당장 우리 눈앞에 인류문명의 황폐화와 농어촌의 피폐화, 그리고 농업 농민들의 급속한 몰락이 전개되고 있잖은가. 값싸고 질 좋은 상업주의의 희생양으로 어느 날 갑자기 잿더미로 변한 숭례문처럼 농림업이 언젠가 갑자기 사라져도 사람들은 전혀 애통해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회발전의 지속가능성과 환경생태계의 존속에 한계를 보일 때 후회하면 이미 늦는다. 공기, 물, 흙, 불을 포함한 먹을거리, 주택, 입을거리를 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전적으로 외국에 의존하려는 나라의 운명이 눈에 선하다.

‘신자유주의 만능론’에서 벗어나길

국정을 운영하는 자, 그리고 국정을 논하는 자가 마땅히 바로 보고 높고 멀리 깊이 살펴야 할 일이 다름아닌 농업과 임업 축산업 등 생명산업의 절대적 가치가 다름아닌 환경생태계와 지속가능한 사회의 존립이다. 농업, 농촌, 농민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우리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생명·환경·사람(공동체) 문제의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접근하고 해법을 찾아야 할 대상이다. 축산의 경우 낙농육우협회가 시작한 “깨끗한 목장 가꾸기” 운동처럼 농가 자발적 운동이 타품목에도 널리 보급되도록 정부가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세상의 변화에 대한 기본철학도 없으면서 비교우위론이나 시장경제원리 등 신자유주의 만능론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세력들이 관계와 언론계 학계에서 득세하는 한 우리나라 우리 겨레 한국호에는 미래가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