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原乳)가격, 인상 후의 조치도 중요하다!

 

박종수

충남대 교수

 

지난 7월 18일 낙농진흥회의 소위원회는 2004년 9월 이후 1리터당 584원을 유지해오던 원유(原乳)의 기본가격을 20.54%(120원/ℓ)가 인상된 704원으로 잠정 결정했다. 원유가격의 인상여부와 인상수준을 협상·결정하기 위해 구성된 소위원회가 5월 6일에 1차 회의를 시작한 이래 80여일 동안 무려 14회에 걸친 회의결과 어렵사리 합의를 이룬 가격이다. 이를 승인하기 위해 7월 25일에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개최되었으며, 이사회는 원유가 인상률 20.54%에 대해서는 격론 끝에 승인하였다. 그러나 인상가격의 적용시기와 정부가 내놓은 잉여원유에 대한 유대 적용수준 등에 대해서 이해당사자들의 공감대를 이루지 못함으로써 진흥회 이사회는 7월 30일에 다시 개최키로 하였다.
당장 1ℓ당 120원씩 인상시켜야하는 잉여원유의 처리문제와 관련하여 정부는 예산집행과 연계가 되기 때문에 고민과 어려움이 많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원유의 상품적 특성상 낙농산업의 정부개입은 불가피하며, 그에 따른 예산도 여타 축종에 비해 더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낙농산업에는 정부의 차별화된 정책결정이 요구되는 것이다. 미국과 EU, 일본 등을 비롯한 대부분의 낙농선진국에서도 여타 축산업과는 달리 낙농업에는 정부가 깊숙이 개입하고 있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한다.
그간 지루하게 끌어온 원유가격의 인상조치와 관련된 제반 문제가 다음 이사회에서는 어떤 형태로는 결정되리라 믿는다. 어느 경우라도 서로 간에 이해가 첨예하게 상반되는 문제를 결정하고 나면, 그 결정이 이해당사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간 인상률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낙농가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낙농가를 대표해서 낙농육우협회 회장은 20일 동안이나 단식농성을 단행했었고, 수많은 낙농가들이 대형 유가공업체를 찾아가 항의집회를 개최하는 등, 낙농가와 유업체간에 우여곡절의 갈등과 대립이 지속되었다. 이로 인해 낙농산업 발전을 위해 공생공영의 관계에 있는 원유의 공급자인 낙농가와 수요자인 유업체간에 불신과 갈등의 골이 깊게 파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원유의 인상가격과 그에 수반되는 조치들이 이해 당사자 서로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하더라도 정부와 낙농가, 그리고 유업체는 그간에 야기된 불신과 갈등을 털어버리고 심기일전하여 소비자에게 더 좋은 우유 및 유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음은 물론 우리나라 낙농산업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한다.

한국의 낙농산업이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원유값 인상이후의 조치가 더욱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유업체는 우유가격 인상에 대한 불가피성을 소비자에게 충분히 알리고, 우유와 유제품의 소비자가격인상률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원유값 인상이 있을 때마다, 그것을 기회로 유업체는 원유값 인상률을 크게 상회하여 유제품의 공급가격을 인상시켜왔다. 이번만큼은 그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유업체는 경영 및 유통개선을 통해 원유가격 인상과 연동되는 유제품가격의 인상요인을 최대한 흡수해야 한다. 최근 여타 식품을 포함한 대부분의 생필품가격의 인상이 거듭되고 있는 가운데, 큰 폭의 우유 및 유제품가격의 인상은 급격한 우유소비 위축이나 감소로 연계될 수밖에 없음을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둘째, 낙농가들은 원유의 생산비절감과 생산성향상에 더욱 힘쓰고 보다 위생적이고 안전한 원유의 생산·공급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한다. 금차에 인상된 원유가격이 생산비 보상에 다소 미흡하더라도 농가 스스로가 생산비절감과 생산성향상을 포함한 목장의 경영개선을 통해 흡수하지 않을 수밖에 없지 않는가. 또한 금후 사료값이 안정되는 등 원유의 생산비 인하요인이 발생할 경우에는 원유의 기본가격을 과감히 인하하는 데에도 솔선해야한다. 또한 낙농자조금의 합리적 운용을 통해 우유의 소비를 촉진시키는 데에도 박차를 가해야한다. 소비위축으로 인해 잉여원유가 많아질 경우, 그에 상응하는 피해의 상당부분이 생산자에게로 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셋째, 정부는 전국 단위의 쿼터제도 도입, 집유의 일원화, 합리적인 원유가격결정체계 등을 포함한 낙농산업의 제도개선을 조속히 강구해야한다. 부패와 변질이 강하면서도 신선도가 생명인 특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공급이 매우 경직적인 원유를 시장자율에 맡겨서 수급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정책방향은 하루빨리 수정되어야한다. 그간 원유값 인상과 관련된 논란이 지나치게 장기화 되고, 비효율적으로 진행되었던 것은 3원화된 원유의 공급체계와 불합리한 원유가격결정체계 등을 포함한 근본적으로 불합리한 낙농제도에 기인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