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터폐지 이후 EU의 집유체계

 1984년에 도입된 이래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EU의 우유쿼터가 마침내 2015년 3월 말로 폐지된다. 쿼터폐지 이후에 전개될 상황에 대해 여러 가지 예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쿼터폐지 이후에 예상되는 EU 회원국의 집유체계와 관련하여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와 관련하여 우선 EU의 쿼터폐지의 배경에 대해 간략히 짚어보기로 한다. 그동안 EU는 2008년 11월 농업장관회의를 통해 EU의 공통농업정책(CAP)에 대한 평가(Health Check)와 함께 EU 공통농업정책에 있어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온 낙농부문의 우유쿼터를 2015년 3월 말로 폐지키로 합의하였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회원국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EU의 낙농가는 반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는 최종적으로 쿼터폐지를 결정하였다. 그 배경에는 농업의 국제화가 진전되는 가운데 정책의 시장개입을 점차 줄임으로써 정책부담을 완화하여 보다 시장지향적인 정책으로의 전환을 통해 EU 낙농의 경쟁력향상을 꾀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그 동안 EU의 쿼터제는 다음과 같은 문제로 인해 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첫째, 쿼터제를 통해 생산을 제약함으로써 우유가격을 높게 유지하여 EU 낙농의 경쟁력저하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둘째, 쿼터제가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즉, 생산여건상 경쟁력이 있는 회원국의 낙농가는 쿼터제로 인해 생산이 제약을 받는 반면, 경쟁력이 약한 회원국의 낙농가는 쿼터에 의해 생산을 보장받음으로써 시장을 왜곡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셋째, 쿼터관리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즉, 유제품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기 위한 시장개입 및 국가쿼터와 개인쿼터의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해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자유무역을 실시하는 회원국 상호간에는 물론 EU 자체의 대외경쟁력향상을 위해 언제까지고 쿼터제를 유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그 같은 의미에서 금번 EU의 쿼터폐지는 낙농이 지니는 생산의 특성상 쿼터제가 지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로 인해 유발되는 단점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EU는 금번 쿼터폐지의 연착륙을 위해 2009년부터2013년까지 매년 쿼터를 1%씩 늘려 왔다. 아울러 2012년 3월에 쿼터폐지와 관련한 일련의 준비를 위해 이른바 「Milk Package(MP)」를 발간하여 2012년 10월 3일부터 2020년 3월 말까지 적용키로 하였다.

 한편 필자가 몇 년 전 EU 본부의 축산담당자를 방문했을 때 EU의 쿼터폐지는 실행 이후의 상황에 대해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 같은 의미에서 EU의 쿼터제가 폐지되는 2015년 3월 이후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런 가운데 MP(Article 148)에 의해 각 회원국은 공정한 원유거래를 위해 유업체와 생산자 간에 납유기간과 관련하여 최소한의 계약기간이 명시된 서면계약을 체결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2013년 6월 현재 EU 회원국 중 12개국이 그 내용을 발표하였다.

 다음 <표 1>과 <그림 1>은 각각 EU 회원국에 있어서의 최소 납유기간 및 집유형태별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표 1> 각국의 최소 납유계약기간

   And The Council, COM(2014) 354 fina

 <표 1>에서 알 수 있듯이 강제성을 띠는 최소 납유계약기간을 보면, 프랑스가 5년으로 가장 길고, 다음은 스페인이 1년이며, 나머지는 모두 6개월이다.

 한편 2012년 현재 각 회원국의 납유형태를 살펴보면 <그림 1>과 같으며, 다음과 같은 점을 알 수 있다.

첫째, EU 회원국 중 몰타(MT)는 유일하게 가공조합이 전량을 집유한다.

둘째, 덴마크(DE), 아일랜드(IE), 슬로베니아(SE), 리투아니아(LU), 네덜란드(NL) 등은 집유의 80% 이상을 가공조합이 담당한다.

셋째, 슬로베니아(SI)와 핀란드(FI), 체코(CZ) 등에 있어서는 집유전문 협동조합이 집유의 대부분을 담당한다.

넷째, 벨기에(BG)는 집유의 전량을 개인유업체가 담당한다.

다섯째, 헝거리(HR), 루마니아(RO), 그리스(GR), 영국(UK) 등에 있어서는 개인유업체가 집유의 대부분을 담당한다.

그 외의 회원국에 있어서는 개인유업체, 집유조합 또는 가공조합이 혼재된 형태를 보이고 있다.

<그림 1> EU 회원국의 계약형태에 따른 집유비율(%)

자료: <표 1>과 동일

 한편 한 나라 안에서만 보면, 낙농이 지니는 산업적 특성으로 인해 전술한 쿼터제가 지니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쿼터제를 실시하는 것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한국, 일본, 캐나다 등 유제품 순수입국에 있어서 쿼터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은 그 같은 이유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즉, 우유·유제품이 이미 필수식품으로 정착한 상황에서 수급안정을 통한 낙농의 생산기반안정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과 같이 시유비율이 높은 수입국일수록 원유의 수급안정을 위해 쿼터제가 불가피하다. 다만 현재와 같이 서로 다른 집유주체 간의 형평성이 보장되지 않는 쿼터제는 쿼터제 본연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점에서 조속한 제도개편이 요구됨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 같은 의미에서 금번 EU의 쿼터폐지와 국내의 쿼터제가 지니는 의미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번역 및 요약: 낙농정책연구소 소장(영남대 명예교수) 조 석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