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후사료 제로의 낙농

   오호츠크해에 가까운 일본 북해도 나까시베츠마을(中標津町)의 겨울은 매우 춥고, 경우에 따라서는 영하 30도까지 기온이 내려가는 곳이다. 이곳에 입지해 있는 야마모토목장(養老牛 山本牧場)은 연중 24시간 완전방목을 통해 낙농을 하고 있는 곳이다. 첫 해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기는 했으나 2년째부터는 완전방목을 추구하는데 있어서 거의 별 다른 문제가 없었다. 현재는 농후사료를 전혀 급여하지 않고 있으며, 전량 자급조사료(목초)에 의한 낙농에 도전하고 있는 목장이다. 그 결과 두당 연간 산유량은 4,500k에 불과하나 생산된 우유의 맛은 매우 우수하여 1㎖당 1엔에 판매되고 있다. 그 외에 아이스크림 및 치즈 등 신상품개발을 통해 지역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목장주 야마모토씨(52세)는 부인과 함께 목장을 경영하고 있다. 지금부터 약 12년 전인 2002년 12월에 목장을 시작하였으며, 목장을 시작하기 전에 2년간 인근의 낙농목장에서 연수를 하였으며, 그 후 다시 1년간 경영연수를 거쳐 목장을 시작하였다. 그 후 지자체로부터 농지를 알선 받아 45 핵타의 농지와 49두의 유우를 확보하여 낙농을 시작하였다.

            목장주 야마모토 씨                              벙커사이로                                 모짜렐라치즈

   야마모토씨는 본래 도쿄출신으로, 북해도에서 대학을 마친 후 12년간 도쿄에서 유통업에 종사하다 다시 북해도로 옮겨 귀농한 사례다. 낙농을 시작하기 전에 지자체 담당자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이 꿈꿔 오던 자연친화적인 여유 있는 낙농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그 결과 겨울을 포함하여 연중 365일 동안 완전방목을 하는 낙농을 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처음 입식한 49두 중 4두가 폐사하고, 10두가 동상 및 유방염에 걸렸으나 나머지 35두는 차츰 환경에 적응하게 되었다. 또한 봄, 여름에는 초지를 여섯 구획으로 나누어 순환방목을 하고, 가을에 접어들면 순환방목을 해제하고, 겨울에는 벙커사이로의 목초사이레지를 급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연수중인 2001년에 일본에서 광우병(BSE)이 발생하자 야마모토씨는 이른바 ‘수입육골분문제’로 인해 상당한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 아울러 수입사료에 의존하는 한 광우병의 잠재적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되어 마침내 농후사료 제로의 낙농에 도전하게 되었다. 그 결과 현재는 농후사료를 전혀 급여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처음 시작할 때는 완전방목을 추구하면서도 1일 두당 8kg의 농후사료를 급여하여 연간 두당 9,200kg을 착유했다. 이 과정에서 한 때 착유두수가 65두까지 늘려 입식에 따른 부채를 상환하였다. 그러나 점차 농후사료 제로의 낙농을 위해 매년 하루 농후사료 급여량을 1kg씩 줄여 마침내 2008년부터 완전방목에 의한 현재의 낙농을 실현하게 되었다. 그 후 45핵타의 초지면적에 맞춰 착유두수도 40두까지 줄이게 되었다.

   목초생산을 위해서는 농약 및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계분만을 구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나머지는 목장 자체의 ‘자기완결적’인 유기물순환을 통해 목초를 생산하는 유기낙농이다. 벙커사이로의 저장사이레지는 7월 하순에서 8월 상순 사이에 수확한 1번초만을 이용한다. 이처럼 1번초의 수확시기가 다소 지연됨에 따라 2번초까지 수확할 경우에 비해 전체 수확량은 20% 정도 감소하며, 영양가도 저하된다. 그러나 수확시기를 늦춤으로서 초지에 목초 씨가 떨어짐에 따라 초지의 재생력을 높여 초지를 갱신할 필요가 없으며, 질 높은 영구초지를 조성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농후사료를 전혀 급여하지 않음에 따라 유량이 여름철에는 7,000kg, 겨울철에는 2,500kg이 생산되어 두당 평균 약 4,500kg을 생산한다. 그러나 착유우의 평균 산차는 4.5산으로, 주위의 평균 3산 미만에서 도태하는 일반목장에 비해 길기 때문에 생산비절감에 도움이 되고 있다.

   한편 유지율은 겨울철에는 4.5%이며, 가을까지는 3.5% 수준이고, 무지유고형분도 8.2〜8.3%로 높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우유 맛은 수치로 나타낼 수는 없지만 우유 본래의 풍미가 느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이 생산된 우유를 소비자와 직거래를 통해 판매하기 위해서는 가공처리시설의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야마모토씨는 2009년에 대출을 통해 가공시설을 설치하여 현재 1일 약 200리터씩 주 5일 정도 가동한다. 가공처리의 전 공정은 아침 5시에 시작하여 90〜120분에 걸쳐 이루어진다. 저온장시간살균법을 사용하며, 균질화(homogenization)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제품을 생산한다.

 
   제품은 1일 180㎖ 제품 600병, 900㎖ 제품 100병 정도씩을 생산하며, 「WILD MILK 養老牛放牧牛乳」라는 상품명으로 인근의 공항, 관광지매점, 농협점포 등 12개소 및 북해도 내외의 유명슈퍼 등에서 판매한다. 그 외에 개인 및 도부현의 레스토랑 등에도 전화 및 인터넷을 이용하여 판매한다. 가격은 180㎖와 900㎖ 한 병이 각각 200엔과 950엔이며, 대형마트에서 보통우유 1리터가격이 200엔 전후임을 감안할 때 1㎖당 약 1엔으로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잘 되고 있으며, 우유 외에 소프트크림 및 치즈 등의 제품도 생산하여 판매하고 있다. 공급과잉 시에는 북해도낙농협동조합연합회(호꾸렌)에 남는 원유를 납유한다. 그러나 일반 목장의 원유와 같이 취급되므로 유대는 높지 않지만 수급조절을 위해 불가피하다.

  
   지역출신도 아닌 도시출신의 귀농자로서 야마모토씨의 사례는 매우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일종의 ‘물질순환형 유기낙농’임과 아울러 6차산업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는 낙농경영의 사례이기도 하다. 물론 일본에서도 북해도라는 비교적 토지여건이 여유가 있는 지역이기에 가능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야마모토씨가 생산한 우유의 소비자가격(약 1엔/1㎖) 및 두당 연간 산유량 4,500kg을 기준으로 할 때 연간 두당 약 4,300만 엔의 조수입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그 같은 의미에서 환경규제가 점차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다두사육에 몰두하고 있는 국내 낙농의 생산여건을 감안할 때 시사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자료: 축산의 정보(2013. 4월호, 일본농축산업진흥기구)
번역 및 요약정리: 낙농정책연구소 소장(영남대 명예교수) 조 석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