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농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농민은 없다! 배 정 식 본회 지도부장 ‘농가의 소수 정예화, 세계와 경쟁하는 강한 농식품산업 육성’이 최근 농식품부가 밝힌 경쟁력 강화방안의 목표다. ‘농업은 정부의 돈이 들어가는 곳이란 관념을 깨보자는 것’이라고 까지 덧붙이고 있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농업을 개방 이후 정부의 보호와 지원같은 수성 전략에 실렸던 농정의 무게중심을 해외 시장 개척, 농업의 기업화와 같이 시장경제원리를 강화 하는 쪽으로 옮기는 큰 변화라고 소개하고 있다. 게다가 축산업의 규모를 키우고 기술혁신을 도모하기 위해 연내에 축산업에 대한 대기업 진입 규제도 풀겠다고 밝혔다. 경쟁력 강화방안 목표대로 2012년쯤 되면 농업의 체질이 선진국형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왠지 뒷맛이 씁쓸하다. 정부가 밝힌 농정방향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과연 누구를 위한 경쟁력 강화방안인지, 이 속에 농민은 어디 있는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농식품부가 밝힌대로 ‘농가의 소수 정예화, 세계와 경쟁하는 강한 농식품산업 육성’이란 목표는 거꾸로 읽어보면 답은 뻔하다. 농가의 소수 정예화는 예전 규모화, 전업화에서 더 나가 기업농화 하겠다는 것이다. 마치 엘리트 농업만이 살 길인 양 몰아가고 있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엘리트 농업에서 지금의 영세·중소농가는 단지 도태 대상일 뿐이다. 세계와 경쟁하는 강한 농식품산업 육성 또한 빛 좋은 개살구다. 농업·농촌 현실과 너무 동 떨어져 있다. 꿈을 꾸지 말자는게 아니라, 정말 근본적인 농업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을 단순히 시장경제논리와 효율성만을 강조해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인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우리나라 식량자급율은 28%에 머물고 있다. 최근 한 풀 꺽였다고는 하나 지난해와 같은 곡물과 국제유가 파동은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파동에 대처하는 정부의 대책은 속빈 강정이었다. 왜 금번 농식품부의 발표를 두고 정부의 말이 농민들을 감싸주지 못하고 외면받고 있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과연 이럴진데 근본적인 대책마련 없이 한,미 FTA 국회비준을 강행하겠다고 하고, 한·EU FTA 협상타결도 임박해 보인다. 여기에 호주, 뉴질랜드와의 FTA 추진도 개시될 예정이다. 그야말로 ‘FTA 공화국’이다. 한·미 FTA 협정 내용만 들여다봐도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인 바로 축산, 낙농분야다. 특히, 축산은 사료곡물을 전량 외국에 의존하고 있어, 단순히 시장경제논리로 접근하는데 한계가 있다. 언제든지 외풍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농업을 시장경제논리로 접근하여 경쟁력에 최종 목표점을 둔다면 과연 우리 농업·농촌은 어떻게 되겠는가.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떠드는 미국은 세계최고의 기업농이 좌지우지하는 나라다. 자기나라의 농업만을 좌지우지하는게 아니라, 세계 농민들을 경쟁력이란 미명하에 거리로 나앉을 수밖에 없도록 내몰아 왔다. 여기에 맞서기 위한 전략은 우리 스스로 식량자급율을 끌어올리는 방법 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의 농정목표는 눈 씻고 찾아봐도 이에 대한 해답은 없이 ‘경쟁력’만이 살 길이라고 말한다면 어느 누가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각설하고,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는 낙농업에 대해 올바른 성찰이 필요하다. 최근 협회에서는 우리나라와 호주, 뉴질랜드와의 FTA 체결에 따른 영향분석을 마쳤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FTA 체결시 낙농생산액은 최대 1921억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체결된 한·미 FTA와 여기에 타결이 임박한 한·EU FTA까지 더하게 되면 최대 3,724억원의 생산감소가 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체 낙농생산액의 약 25% 수준으로 자칫 이래로 가다가는 한국낙농이 어떤 상황에 처해지리라는 것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말 그대로 현재 우리 낙농업은 ‘태풍의 눈’이다. 살아남기 위한 우리만의 전략이 없이는 어느 누구도 낙농업을 구원해 주지 않는다. 지긋지긋할 만큼 말해오고 있는 전국단위 제도개편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다. 보고서에서도 FTA 대응책으로 전국단위 제도개편을 통한 원유공급관리의 합리화와, 학교우유급식 제도화를 통한 소비확대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이 문제를 풀어내는 핵심은 우리 낙농인의 사명이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우리 자신을 위해 지금 실천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다시 돌아가 우리 농축산업 발전을 위해 지금 정부가 해야하는 일은 ‘경쟁력’이나 운운 할것이 아니라, 식량자급율 목표치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생산기반유지와 먹거리안보차원의 대응방안을 마련하는게 급선무다. 정부는 희망을 말하는데 우리 농축산인들은 그 속에서 절망을 느껴서야 답은 요원할 뿐이다. 또한 정부의 거창한 구호나 생색내기 대책보다 책임있는 정부의 자세와 정책이 나와야 하고, 바로 그것은 ‘선대책 후개방’의 정책기조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