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자 정신 잃은 유업체 농가 자산 쿼터의 일방적 삭감 앞서 농가 동의 구하는게 마땅

김 재 민
축산경제신문기자

낙농육우업계가 어느 때 보다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상반기 사료 값 폭등에 따른 원유가현실화 문제로 시작해 하반기 노폐우의 도축문제, 육우와 송아지 문제가 연거푸 발생하면서 낙농육우인들을 어느 때보다 힘들게 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미국 발 금융위기에 경기침체가 겹쳐 우유판매량까지 급감하면서 원유수급불균형 문제가 새로운 화두로 피어오를 모양새다.

미래의 소득감소 농가에 미리 전가

8월 원유가격 인상에 유업계와 생산자들이 전격 합의 할 당시만 하더라도 일시적 판매 저하는 예상했어도 장기화 되리라고 본 사람들은 없었다.
원유가 인상에 반대했던 유업계도 판매량은 줄었지만 제품 가격 인상으로 수지에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며 하반기 수급불균형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발 금융위기에 우리 정부의 실책이 겹치며 내년 경기전망이 어두워지자 유업체들이 내년 유제품 소비전망을 부정적으로 돌리기 시작했고 결국 원유감산 이른바 쿼터삭감이라는 자구책을 내 놓기 시작했다.
쿼터삭감이란 말은 유업체가 미래에 입게 될 손실을 농가들에게 전가한다는 이야기다.
판매를 해보거나 어떻게든 우유소비를 위해 힘도 써보기도 전에 미리 물량을 줄여 놓음으로써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손실을 미리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제품가격을 높게 올려놨기 때문에 유업체들은 이번 쿼터삭감으로 이른바 땅 짚고 헤엄치기보다 쉽게 큰 이익을 볼 수 있지만 농가들은 유업체가 전가한 손실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8월 리터당 120원의 유대를 인상한 낙농업계는 쿼터삭감분과 초과유대의 300원 인하로 유대인상으로 인한 소득증가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9%의 쿼터를 삭감하는 매일의 농가들의 경우 쿼터 소각에 따른 손실을 접어두더라도 유대수입이 주는 것으로만 실질소득은 마이너스가 된다.
여기에 최근 송아지 값 폭락과 원유가 인상 후 두 차례 오른 사료 값 등을 고려할 때 소득감소 분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쿼터삭감 통보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낙농가

유업체들의 쿼터삭감 통보에 낙농인들은 불만의 밖으로 크게 표출하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낙농육우협회의 순회 토론회 때 등에서 산발적으로 농가들의 이야기가 있기는 했지만 이미 11월말부터 공문을 통해 쿼터삭감에 대한 공문을 발송 했음에도 유업체의 일방통행적인 행동에 반대 입장이나 성토하는 분위기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일각에서는 원유가를 인상할 때 유업체들이 쿼터 삭감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사실 쿼터문제 보다 더 시급한 현안 처리에 낙농업계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더 맞을지 모른다.
2만원대까지 떨어진 송아지 문제 해법에 고심하고 있는 낙농육우 업계는 현제 쿼터삭감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할 만한 여유가 없다. 쿼터삭감보다 일단은 수개월째 실질 소득을 크게 감소시키고 있는 송아지와 육우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로 농가 앞에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협의 없는 일방적 통보 농가들 분노케 해

이번 쿼터삭감에 대한 낙농가들이나 조합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면 상당히 격앙된 분위기를 쉽게 감지 할 수 있다.
낙농가들을 분노케 하는 것은 단순히 쿼터 삭감에 따른 소득 감소 때문이 아니다.
낙농가들도 최근의 경기 침체 상황에 어느 누구보다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그렇다고 소비감소로 인한 손실을 유업체가 모두 떠안으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유가공산업의 파트너인 낙농가들이 이중고 삼중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유업체는 아무런 협의 없이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인상만 주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700여 농가들이 낙농현장을 떠나고 이들의 쿼터를 고가에 잔류 농가들이 매입하고 있는 상황으로 낙농가의 자신인 쿼터를 농가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 없이 공문 한 장으로 소각하는 방법이 잘못 됐다는 것이다.

사전동의 협조 구하는 절차 필요했다

유업체의 이해 당사자인 낙농가들이나 집유조합들을 대상으로 현재의 경제상황과 유업체의 경영 상태를 공개하고 협조나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빠졌다는 것이다.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이라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시한을 정하고 일정 기한 이후에는 소각했던 쿼터를 회복시켜 주겠다는 약속까지 곁들인다면 농가들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는 좀 더 매끄럽고 낙농인들과 유가공업계가 상생으로 가는 길을 닦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현재 8년째 원유 잉여가 되고 있어 낙농가들이 이동할 수 있는 유업체나 낙농조합이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낙농가들이 유업체의 감산요청에 대응 할 수 있는 카드도 없어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낙농가들을 동반자로 인식하지 않고 농가들의 자존심과 이익을 지켜주지 못할 때 유업체가 정말 어려움을 겪을 때 낙농가들은 유업체의 어려움을 외면 할 수가 있다. 그리고 낙농목장의 현장 철수가 가속화 된 상황에서 향후 원유가 모자라 낙농가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 할 수 도 있다는 사실을 유가공업계는 명심하고 지금이라도 농가들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에 들어가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