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 현실화 논의, 조속히 최대공약수를 찾자!

배 정 식  본회 지도부장

사료값이 폭등하면서 원유가 현실화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제 원유가는 가부문제를 떠나 어떻게 접점을 찾을 것인가의 문제가 되었다. 과연 원유가 현실화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고민이 눈앞에 닥친 것이다. 어떤 일이든 해법을 구하기 위해서는 현 상황에 대해 나무와 숲을 함께 보고 상생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말 그대로 나무만 보다 보면 숲을 보기 어렵고, 숲만 보다 보면 나무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의 낙농상황을 보는 관점은 이렇다. 누구든지 사료값 폭등에 따라 낙농가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은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각 이해주체가 바라보는 관점은 사실 다르다. 우리 농가들은 목장경영의 체감지수가 극도로 악화되어 원유가 현실화가 불가피하다고 설파하지만, 유업체는 아직은 여러 경제상황을 감안하여 논의시기가 아니라는 입장에 서 있다. 하지만 이미 일부 유업체들은 각종 비용상승을 이유로 제품가 인상을 단행한 상태이다.

각자의 입장에 보면 모두가 일리있는 말일게다. 그러나 왠지 앞뒤가 뒤바뀐 모양새다. 우리 농가들은 계속되는 사료값 폭등하에서도 나름 고통을 감내해 오고 있었지만, 지난해 연말 모 유업체의 제품가 인상이 원유가 현실화의 도화선으로 작용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더군다나 새해들어서도 연이어 사료값이 오르는 과정에서 다른 유업체의 제품가도 인상되었다. 여기서 제품가 인상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단지 목장경영위기의 농가들로서는 이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곡물값 폭등에 따른 정부의 대책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으나, 장님 코끼리 만지듯 격이다. 과연 농가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지 묻고싶다. 생산농가들은 벌써부터 사료값 안정기금 등 특단의 대책마련을 요구해 왔지만 정부당국의 대책발표는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겠지만, 여하튼 이런 상황을 예측해 미리미리 대책을 수립해 놓지 못한 근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고통감내를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취해야 한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유업체의 모든 어려움을 백 분 이해한다 손 치더라도 현재의 사료값 폭등에 따른 목장경영위기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들의 어려움만을 들어 제품가만 인상하고 농가들의 고통을 외면한다면 이는 도리가 아닌지 싶다. 이 세상에는 한쪽으로만 영원히 정(靜)하거나 동(動)하는 법은 없다. 그래야 질서를 가지고 함께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해결책 마련을 위한 상호 신뢰구축과 상생의 노력으로 어떻게 최대공약수를 찾아가야 하는가다.

현재 생산자측 이사의 요구로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지난 3월 27일 개최되었으나, 향후 논의를 위한 소위원회 구성이 미뤄진 채 4월 l0일 이사회를 속개하기로 하였다. 유가공 회원사의 의견취합을 이유로 연기되었지만, 이것이 만약 논의 자체를 거부하거나 형식적인 논의로 문제를 방기하려 하는 것이라면 분명 합리적인 자세가 아닐 것이다. 원유가 조정에 대한 가부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는 것은 결국 시간만 허비하게 될 뿐임을 과거의 예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조속히 물꼬가 트여 이미 던져진 원유가 현실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 신속한 결론이 도출되어야 한다. 그래야 향후 낙농, 유업의 상생과 우유시장을 지키기 위한 방안마련에 모두가 역량을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서든 실기하여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진정 중요한 사안은 원유가 현실화에 따른 현 낙농상황과 우유의 올바른 가치전달을 위한 소비자의 이해와 설득과정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가장 위험한 생각은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자부하고, 남을 어리석다고 여기는 것이다. 서로 한 치를 양보하여 한 척을 얻는 상생의 장이 단지 말에 그치지 않고, 현실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